
움푹 패인 길 / 강미정 성난 빗물이 지나간 곳이, 알 수 없는 환부를 지닌 채 흘러가지 못하고 머뭇거린 곳이, 길이 되기도 한다. 웅덩이에 빠진 바퀴를 빼려고 몇 번이나 부르릉거리며 바퀴를 돌려도 헛돌며 웅덩이는 더 깊이 패이는 것처럼 가슴 그 어디쯤에도 길이 패이고 웅덩이가 깊어지는 곳이 있다 이 깊게 패인 곳에 머무는 머뭇거린 마음이 길이 되기도 한다 성난 빗물만 살고 있다는 그대의 가슴에 닿고 싶어서 아픈 내 눈이 그대에게로 넘쳐흘러 간 것처럼 한번도 그대의 가슴 쪽에 이르지 못해 내 가슴 오래 아팠던 것처럼 오래 앓아 누웠던 시간이 길이 되기도 한다 서로가 알 수 없는 환부를 지닌 채 잠든 마음의 이마를 짚어보며 희고 찬 물수건을 얹어 주고 가는 느리고 따뜻한 손길이 서로에게 고요한 길이 되기도 하는 것처럼, 가슴 한 쪽이 몹시 쓰리다거나 그립다거나 하는 말들이 무수히 생겨나 사랑한다 말하는 그대가 움푹움푹, 패인 길이 되기도 한다. 그렇죠. 마음 아리게 하고, 쓰라린 상처 같은 것들이 내가 밝아야할 운명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아니, 간혹 그런 느낌이라면 대수롭지 않게 넘겨버릴 수 있겠으나 대다수가 짐이 되어 마음에 얼룩을 만들고, 그것들을 끌어안고 살아가고 있다. 어느덕 가을이 깊어가고 있다. 쓰르라미들이 내 가슴에 가을을 얹어놓고 슬그머니 아문 상처를 건드린다. 길이란 평탄하기만 하다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곧고 바르게 펼쳐지다가도 굽어지기도 하고, 가파른 오르막을 숨가쁘게 오르게도 하고, 울퉁불퉁 자갈길도 걷게 되는 것이 삶이란 길이 아니겠는가. 움푹 패여 있다면 잠시 멈추고 슬픔이 번져 복받치는 격정에 울음을 깨물기도 해야 이 세상을 거쳐간 보람이나 이유가 되지 않을까. 사랑하는 사람은 그리워하는 슬픔으로 사랑해야 한다. 그 슬픔이 그를 아름답게 만들어가는 것이다. 오랫만에 몇자 적습니다. 눈돌릴 틈이 없이 바쁘게 지내고 있고, 컴은 고장이고. ㅎㅎㅎㅎ 겨우 손을 봤는데 말을 못하는 군요. 배경 음악이 어울릴지 모르겠습니다. 제가 듣지를 못하기에 드리는 말입니다. 즐거운 추석을 맞으세요. 움푹 패인 길을 행복으로 다듬으며 사시길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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