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외로울 때 / 이생진 외로울 때 / 이생진 이 세상 모두 섬인 것을 천만이 모여 살아도 외로우면 섬인 것을 욕심에서 질투에서 시기에서 폭력에서 멀어지다 보면 나도 모르게 떠있는 섬 이럴 때 천만이 모여 살아도 천만이 모두 혼자인 것을 어찌 물에 뜬 솔밭만이 섬이냐 나도 외로우면 섬인 것을 詩 2011.07.18
[스크랩] 빈집의 약속 / 문태준 빈집의 약속 / 문태준 마음은 빈집 같아서 어떤 때는 독사가 살고 어떤 때는 청보리밭 너른 들이 살았다 볕이 보고 싶은 날에는 개심사 심검당 볕 내리는 고운 마루가 들어와 살기도 하였다 어느 날에는 늦눈보라가 몰아쳐 마음이 서럽기도 하였다 겨울 방이 방 한 켠에 묵은 메주를 매달아 두듯 마음.. 詩 2011.07.09
[스크랩] 그리움의 저수지엔 물길이 없다 / 나호열 그리움의 저수지엔 물길이 없다 / 나호열 출렁거리는 억 만 톤의 그리움 푸른 하늘의 저수지엔 물길이 없다 혼자 차오르고 혼자 비워지고 물결 하나 일지 않는 그리움의 저수지 머리에 이고 물길을 찾아갈 때 먹장구름은 후두둑 길을 지워버린다 어디에서 오시는가 저 푸른 저수지 한 장의 편지지에 .. 詩 2011.07.07
[스크랩] 그럴 때 그럴 때 / 김충규 그럴 때 그럴 때 / 김충규 수척한 밤하늘의 살에 박혀 있는 조금은 물컹한 별의 빛이 흐느끼듯 흔들릴 때 바람 아닌 것이 바람처럼 그것을 스쳐 지나갈 때 왜 먼 곳에 이르고 싶은 지 그 먼 곳에서 아득해 지고 싶은 지 때론 머리칼을 곤두서게 하는 생의 날카로운 순간이 있어 그 순간이 칼이 되어 가슴.. 詩 2011.07.02
[스크랩] 사랑해야 하는 이유 / 문정희 사랑해야 하는 이유 / 문정희 우리가 서로 사랑해야 하는 이유는 세상의 강물을 나누어 마시고 세상의 채소를 나누어 먹고 똑같은 해와 달 아래 똑같은 주름을 만들고 산다는 것 이라네 우리가 서로 사랑해야 하는 또 하나의 이유는 세상의 강가에서 똑같이 시간의 돌멩이를 던지면 운다는 것 이라네 .. 詩 2011.06.24
[스크랩] 소금 바다로 가다 / 김명인 소금 바다로 가다 / 김명인 내몸이 소금을 필요로 하니, 날마다 소금에 절어가며 먹장 煤煙 세월 썩는 육체를 안고 가는 여행 힘에 겹네 썩어서 부식토가 되는 나뭇잎이 자연을 이롭게 한다면 한 줌 낙엽의 사유라도 길바닥에 떨구면 따뜻하리라 그러나 찌든 엽록의 세상 너덜토록 풍화시킨 쉰 살밖에 .. 詩 2011.06.15
[스크랩] 사랑은 싸우는 것 / 안도현 사랑은 싸우는 것 / 안도현 내가 이 밤에 강물처럼 몸을 뒤척이는 것은 그대도 괴로워 잠을 못 이루고 있다는 뜻이겠지요 창 밖에는 윙윙 바람이 울고 이 세상 어디에선가 나와 같이 후회하고 있을 한 사람을 생각합니다 이런 밤 어디쯤 어두운 골짜기에는 첫사랑 같은 눈도 한 겹 한 겹 내려 쌓이리라 .. 詩 2011.05.31
[스크랩] 봄 / 곽재구 봄 / 곽재구 다시 그리움이 일어 봄바람이 새 꽃가지를 흔들 것이다 흙바람이 일어 가슴의 큰 슬픔도 꽃잎처럼 바람에 묻힐 것이다 진달래 꽃편지 무더기 써갈긴 산언덕 너머 잊혀진 누군가의 돌무덤가에도 이슬 맺힌 들메꽃 한 송이 피어날 것이다 웃통을 드러낸 아낙들이 강물에 머리를 감고 5월이.. 詩 2011.04.15
[스크랩] 겨울 숲에서 / 안도현 겨울 숲에서 / 안도현 참나무 자작나무 마른 잎사귀를 밟으며 첫눈이 내립니다 첫눈이 내리는 날은 왠지 그대가 올 것 같아 나는 겨울 숲에 한 그루 나무로 서서 그대를 기다립니다 그대를 알고부터 나는 기다리는 일이 즐거워졌습니다 이 계절에서 저 계절을 기다리는 헐벗은 나무들도 모두 그래서 .. 詩 2011.01.06
[스크랩] 이름 부르는 일 / 박남준 이름 부르는 일 / 박남준 그 사람 얼굴을 떠올린다 초저녁 분꽃 향내가 문을 열고 밀려온다 그 사람 이름을 불러본다 문밖은 이내 적막강산 가만히 불러보는 이름 만으로도 이렇게 가슴이 뜨겁고 아플 수가 있다니 詩 2010.11.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