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존재 이유

필부 2013. 7. 16. 17:46

쌀 씻은 물에 e.m을 발효시켜, 그 물에 발을 담그면 무좀 습진이 없어진다는 우리 집 자매님의 강요에 한 시간을 발 묶여 지냅니다. 모처럼 어부림에 들어와 시간 보내기를 시작합니다. 참으로 오랜만에 얼굴을 내밀게 되어 죄송합니다. 오늘 새로 오신 분께서 울안 좀 돌보라는 질책에 얼굴을 붉히며 변명 아닌 변명을 몇 자 적으려합니다. 이 카페를 개설하게 된 동기는 천재 평론가라 일컬어지는 서울대 불문학 교수이셨던 분의 미망인께서 유혹도 있었고, 그 미망인의 한달만 주인 행세를 해 달라는 말에 마음 편하게 생각없이 시작한 팔자에 없는 카페지기가 10년을 넘겼습니다. 평생 고뇌하며 살아왔던 나의 족적처럼 소통과 나눔의 장이 간절하기도 하였습니다. 해결책이 없어도 내 속내를 털어놓다보면 어렵던 문제들이 조금은 가벼워지기 때문입니다. 그 모든 사유는 위에 있는 공지에 펼쳐 놓았습니다. 우리가 바라는 것이 좋기는 하였으나 역시 족쇄가 되어 이 어부림이라는 마당이 많은 분들의 놀이터 구실을 충분하게 하지도 못했고, 너무 맑다는 분, 어렵다는 분들....... 따라서 좋아하시는 분들만 남게 되어 참여가 모자라게 되었습니다. 게시물이 없으면 어지러워 진 집을 방치하는 것 같아 항상 부담스러웠습니다. 잊은 듯 살면 될 터이나 소심한 제 성격 탓에 언제나 마음의 빚으로 남아 있었습니다. 또한 평생 염두에 두었던 인간의 행복이라는 화두를 풀기 위해 가톨릭에 귀의 하면서 푸념이 또 다른 불평이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내 속내를 그 분께 털어놓고 그 분의 뜻을 살피기에 침묵은 절대적으로 필요하였습니다. 나의 그 모든 것이 나의 십자가임을 순응하며 조금은 더 평화의 바다에 발목을 담그게 되었습니다. 곁들여 한마디 한다면 불도가 자기 각성이라면 기독교는 부족한 자아를 깨닫고 그 모든 것을 주님이라는 절대자라는 대상을 통하여 라는 점이 다를 뿐이라고 생각합니다. 결국 행복이지요. 인간이 행복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결국 해답은 행복입니다. 저나 이곳에 오시는 분들이 행복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 어부림이 존재해야 하고 우리 모두 공동체의 일원이 되어야 합니다. 서로 어루 만져주어야 하고 서로 위로가 되어야 합니다. 그러므로 숨을 멈추는 그 날까지 우리는 하늘이라는 한 이불을 덮고 사는 사랑하는 사람들로, 사랑을 먹고 사는 인간이 되지요. 그 사랑은 행복이기 때문입니다. 또한 우리의 존재 이유겠지요. 이곳 어부림 가족을 저는 많이, 아주 많이 사랑합니다.

출처 : 어부림 ( 魚付林 )
글쓴이 : 거울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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