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집착

필부 2007. 2. 11. 15:00

강가에 앉아 마음에서 낚시대를 꺼내 낚시줄을 늘여 보라. 강물은 흐를 것이고 그 흐름을 낚아 올리면 강물이 멈춰 선 채 제자리걸음하는 걸 보게 될 것이다. 흘러가는 건 수면에 반짝이는 햇살뿐이고 산 그림자도 강물 위에서 자맥질하다 미끄러지듯 스쳐지나가 흔적도 없을 것이다. 세월 또한 강바닥으로 가라앉아 강물은 모든 깊이를 없앨 것이다. 정지된 것은 존재하는 것이고 고정된 것은 죽은 것이다. 깊이가 없다는 건 무상이고 허무는 또 다른 인연을 낳는다. 그대 낚시바늘에서 흐름을 풀어줘라. 강물이 도도히 흘러 갈 것이다. 산은 제자리에서 물살 따라 흔들릴 것이고 등골을 오싹하게 겁을 주던 검푸른 깊이도 되살아 날 것이다. 세월은 강물과 산과 당신을 끌고 갈 것이고 가벼운 당신만 그곳을 떠나게 되어 강가 당신 자리에 알지 못하는 사람이, 그가 아니라 또 다른 사람이 또 다시 낚싯줄을 늘이고 있는 것을 보게 될 것이다. 이 모든 것과 인연을 끊을 때 그것들은 존재에서 소멸되며 당신은 깊은 잠 속에 빠져들게 될 것이다. 잠 속에서야 당신이 강물이었고 당신이 세월이었다는 걸 알게 될 것이다. 참으로 부질없이...... 현실은 인연으로 나기에 있는 것이 아니다.(非有) 현실은 인연으로 나기에 없음도 아니다.(非無) 현실법은 인연으로 나기 때문에 생겨남이 없고 (無生) 인연으로 사라지기에 사라짐이 없다.(無滅) 참으로 애매모호한 말이다. 그러나 들여다 보라. 괴로움이 있다면 그 괴로움이 항상 같이 하던가. 즐거움이 있다면 마냥 즐겁기만 하던가. 모두 한 때 감정이려니 뭐하려 집착해야 하는가. 집착이다. 문제는 생각을 거기다 두는 것이리라. 오늘은 일요일이다. 어떤분에게는 안식일이 될 거고 다른분에겐 말 그대로 공휴일뿐일 게고, 항상 일요일인 나에겐 별다른 의미가 없다. 그저 일주일 중 일요일이란 명칭의 하루에 불과하다. 그래도 일요일이니 한가롭게 뭔가 미루었던 잡동사니들을 치우거나 정리하는 게 좋겠다 싶어 부산을 떤다. 여가를 활용하는 마음자세로는... 즉 최대한 일요일을 즐기는 기분으로 말이다. 오늘 광주는 햇살이 곱다. 사백여 개 되는 철쭉들을 손질하다보니 점심 때가 훌쩍 지나가버렸다. 집착이란 생각이 든다. 뭔가를 돌보지 않고는 편안하지 못할 거란 생각이 아닌가해서 몇번이고 손을 멈추며 작은 화분을 만지작거렸다. 집착이라 생각하는 내 생각이 집착일까. 아무튼 유리창을 투과되어 내리쬐는 햇볕이 따사로워 편안한 느낌이다. 졸음이 온다. Ave Maria Inessa Galante

출처 : 어부림 ( 魚付林 )
글쓴이 : 거울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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