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말

필부 2006. 7. 17. 12:07
 

鍾은 몸 전체로 소리를 낸다. 가해지는 충격만큼 온 몸을 떤다. 진저리치는 그 떨림이 파문처럼 동그라미를 그리며 퍼져간다. 파동 따라 눈길을 주면 푸른 숲엔 바람이 소리 없이 지나고, 하늘은 고요하다. 티 없이 맑은 하늘에서 까닭 모를 허무 한 조각 줍다가 숨죽이는 잔 떨림에 놀라, 종을 친다. 생각이라는 집착의 고리를 끊지 못해 흐트러진 실타래를 가슴에 담고, 어둡고 껌껌한 동굴 속에 움츠리고 앉아 우울이라는 도를 닦던 그 누구의 얼굴을 본다. 세상살이란 부질없는 꿈길이라는 것. 한 줌 흙으로 돌아간다는 것. 끝은 아무것도 남지 않는 공이라는 것. 존재란 보이는 현상이라는 것. 어제도 내일도 허상이고 실상은 오늘 이 순간이라는 것. 내가 생각하고 그 생각 속에 내가 있다는 것. 하나님은 내 안에 함께 하시어 내면의 내 안에서만 만나게 되는 분이란 것. 내가 부처이고 그가 부처라서 그가 나이고 내가 그라는 것. 죽음이라는 끝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위안을 주었더냐. 죽음이라는 안식을 준비해 주신 신께 얼마나 감사하였더냐. 조금은 슬프게 살 필요가 있다. 견딜만하면 적당히 슬퍼하며 살아야 한다. 슬픔은 용서만큼이나 마음을 깨끗하게 닦아준다. 연민이란 사랑이라는 다른 표현이다. 슬퍼하자. 슬픔의 강물에 몸과 마음을 띄우자. 종을 치며 맞아서 우는 아픔을 느끼고 울려서 퍼지는 사랑의 손길을 본다. 슬퍼하다 가리다. 흔적 한 조각 남겨두지 않고 소리처럼.... 요즘 말이 싫어저서, 그러다 아예 입을 닫게 되는 건 아닌지 몰라서, 마음 내키는대로 주절거려 봅니다.

출처 : 어부림 ( 魚付林 )
글쓴이 : 거울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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