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이다.
모두들 눈을 감았기에 자유로운 밤이다.
빛과 그림자도 하나가 되었고,
세상을 끌고 가던
온갖 소음도 잠이 든 공간에서
나만의 시간을 가진다는 것은 행복한 일이다.
이제는 나 혼자 뿐이다.
언제나 그렇듯 혼자라는
사실이 적적하기도 하지만
누구의 눈치를 볼 필요가 없고
시선을 멈추라는 집중을 강요받지 않아서
편안하게 앞섶을 열고 가슴을
어루만질 수 있어 안온하다.
내 자신의 깊은 곳에서 숨죽이고 있는 나를 만나기 위해
내면의 여행을 시작하는 것이다.
비교나 그
무엇의 연역에 의해 분칠해진 내가 아니라
온전하게 벌거벗은 나를 만나
그간 참고 있던 나의 이야기에 귀기울여주는 것이다.
내
안에 자리한 나는 항상 인내하기에 길들여 있기에
수줍기도 하거니와 나를 위해 절제로 일관해 왔다.
목소리를 죽이는 것만이 나를
사랑하는 것이란 걸 알고
속이 타고 화가 치밀어도 입술만 깨물고 있었기에
슬픔으로 애조 띤 채 굳어진 얼굴이다.
이런 밤이면 내
안의 나를 위로 할 필요가 있다.
그래서 나만의 시간이면 또 하나의 나를 찾아 가슴을 연다.
내가 지쳐있을 때 일으켜
세우고,
실망과 좌절로 절망하면
내일도 다시 해가 뜬다는 사실을 확인시켜 주고,
용서에 인색한 나를 책망하고,
무엇보다도
감사하는 마음이 행복을 찾게 하는 겸손이라는 걸 일깨워주고,
신이란 밖에 있는 게 아니라 내 안에 존재한다는 사실을 자각하게 해
주며,
사랑하는 사람을 사랑하는 것은 감정이지만
사랑은 행복이기에 지혜롭게 사랑해야 한다는 점을 지적해 주는 나의 나.
모든
잘못은 내가 하고
그에 따르는 책망과 자성을 도맡아 하는 내면의 자아.
이런 밤이면 나를 찾아서 나의 여행이 시작된다.
나를
사랑하기 위해
나를 위로 하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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