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그대의 파랑새는 건사한가요?

필부 2006. 5. 15. 18:08

 

그대의 파랑새는 건사한가요? 저녁, 난롯가에 앉아 나는 참으로 여러 번 지금 숲속 어느 곳에 있을 어떤 새의 죽음을 생각했다. 지루한 겨울, 구슬픈 날이 계속되는 동안 가엾은 빈 새 둥지들, 내버려진 둥지들은 무쇠 잿빛 하늘 아래 바람에 흔들리고 있다. 아, 얼마나 많은 새들이 겨울에 죽어갈 것인가! 그러나 오랑캐꽃 피는 계절이 돌아올 때 우리가 뛰어다닐 4월의 잔디 위에 새들의 가냘픈 뼈들은 볼 수 없으리라 새들은 죽기 위해 숨는 것일까? 프랑스와 코페의 詩 '새들의 죽음' 全文 겨울이면 을씨연스런 풍경 속에서 정취를 찾느랴 분주하다. 그러다가 눈이 내리면 눈발을 헤치고 그리운 얼굴을 더듬곤 한다. 그것도 잠깐, 들과 산이 온통 하얀 천으로 뒤덮여 길들이라곤 모조리 사라져 버린다. 정작 마땅히 갈 곳도 없으면서 사라진 길 때문에 절망감에 휩싸인다. 감금된 느낌이다. 또한 하늘은 어떤가. 무표정은 쓸쓸함을 넘어 냉담해 보인다. 어쩌다 꽁꽁 언 흙을 밟으며 산기슭엘 찾아가면 여린 가슴에 칼질하듯 찬바람이 어깨를 들쑤시고는 밀쳐버린다. 밤은 어쩌자고 길기만 한가. 산다는 일은 홀로 걷는 고단한 나들이인데, 고적한 겨울밤은 유독 불러들일 사람도 없어 독수공방으로 일관하게 된다. 겨울이란 우울증이 도지기 좋은 조건들을 골고루 갖추고 잠만 자라 한다. 겨울잠만 자기엔 생각이 많고 허리 또한 견디지 못한다. 그래서 봄을 고대한다. 그 겨울, 새 한 마리를 내내 생각했다. 누구 말대로 새가 떠난 산은 적막하다. 아니, 새소리가 들리지 않는 세상은 꿈이 사라진 어둠 속이다. 그리움이 없다는 것은 기뻐할 희망 또한 없다는 말과 마찬가지다. 그래서 인간은 가당치 않는 꿈도 꾸고 괴로운 그리움을 키우는 우를 범하며 산다. 그래서, 그래서 누구나 새 한 마리를 키우며 산다. 그 새가 없다는 사실은 이 세상에서 바랄 게 없다는 절망과 같다. 창 밖으로 개천이 흐른다. 키 자란 풀 무덤 사이로 연록의 봄이 흐르고 있다. 얼마나 가슴 벅찬 환희의 봄빛인가. 눈부신 초록 세상입니다. 닫은 가슴을 열고 꿈을 마셔 본다. 하얀 물새 몇 마리가 서성거린다. 분명 사라진 새들은 여행을 다녀온 것일 거다. 죽은 게 아니라 잠시 나들이를 한 게지. 사랑하는 그대! 그대의 새는 파랑새인가요? 지금 건사한가요?

출처 : 어부림 ( 魚付林 )
글쓴이 : 거울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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