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한국불교, 왜 종교 개혁이 필요한가 / 강병조 3. 영혼의 문제

필부 2009. 9. 13. 14:37
 

한국불교, 왜 종교 개혁이 필요한가 / 강병조 3. 영혼의 문제 우리는 영혼(靈魂, soul)을 마음이나 정신(psyche)과는 구별되는 일종의 종교적인 개념으로 생각한다. 영혼은 모든 생명체에 깃들어 있다가 생명체가 죽으면 떠나가는, 우리 눈에는 보이지 않는 ‘힘’이라고 생각한다. 성철 스님은 영혼이 있다고 믿었던 것이 확실한 것 같다. 그의 법어집 1집 6권 《영원한 자유》에서 불교의 제8식이 영혼이라고 말하며, 근사(近死)경험, 전생 기억, 차시환생(借屍還生), 전생 투시 등을 예로 들어 영혼의 존재를 주장했다. 여기서는 불교의 제8식과 근사경험에 대해서만 간단히 논하고자 한다. 나머지 근거들은 논할 가치조차 없는 주장이기 때문이다. 1) 제8식 불교의 유식학(唯識學)에서는 영혼을 아뢰야식(제8식)이라고도 한다. 《해심밀경》에서는 마음 중에서도 잠재의식이고 무의식인 제8식 아뢰야식만이 유일하게 실재하는 것이며 마음이라는 유일한 실재를 차츰 절대화시켜 나간다. 그리하여 인간에게는 초자연적이고 영원한 절대정신인 불성(佛性)이나 여래장(如來藏)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말해서 ‘세상에는 오직 마음(정신, 영혼)만이 유일한 실재다. 그리고 그 밖의 물질적 대상은 공(空)이다.’라는 유식학파의 사상은 관념론이고 유심론(唯心論)이다. 이 사상은 붓다 탄생 수백 년 전부터 고대 인도 사회를 지배해 온 철학이며 절대적 관념론인 《우파니샤드》의 사상에 현혹된 후대의 대승 사상가들이 주장하는 사상이라고 볼 수 있다. 초기불교를 연구하는 각묵 스님은 <수미산정>《불교신문》(2007. 6. 20)에서 한국불교의 현실을 신랄하게 비판했다. 주요 부분을 옮기면 다음과 같다. 불교는 연기와 무아를 근본으로 하는 가르침이다. 불교 2,600년사(史)를 통해 전개되어 온 불교 주류의 가르침은 이를 근본으로 하고 있다. 초기불교는 오온무아(五蘊無我)와 제법무아(諸法無我)를 천명하였으며, 아비담마도 제법의 보편적 성질[共相]로 무상, 고, 무아를 강조하였고, 반야중관은 아공법공(我空法空)을 외쳤으며, 유식도 인무아(人無我)와 법무아(法無我)를 주창하였다. 이렇듯이 존재하는 모든 것은 모두 조건 발생[緣起生]이요, 그래서 무아라고 불교 주류의 가르침은 한결같이 설하였다. 무엇보다도 무아의 가르침은 오온, 12처, 18계로 정리되는 존재의 배후에 자아니 절대아(絶對我)니 참나니 순수이성이니 이데아니 창조주니 하는 어떤 불변하는 실체가 절대 존재하지 않는다는 부처님의 대사자후이며 불교 만대(萬代)의 표준이다. 각묵 스님은 불교의 간판으로 연기, 무아를 내세우면서 속에서는 자아, 영혼, 윤회, 불성, 여래장을 인정하는 현실 불교를 크게 비판했다. 이를 현양매구(懸羊賣狗) 즉 가게 밖에 양고기를 걸어 놓고 개고기를 파는 것과 같다고 비유하였다. 한국불교를 대표했던 성철 스님은 영혼이 있다고 생각하는 이원론자(二元論者)였다. 성철스님의 유식(唯識) 사상에서는 마음이니 유식이니 제8식(Alaya)이니 하는 것이 하나의 자기동일성(identity)을 지닌 실체로 존재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앞에서 각묵 스님도 지적한 것처럼 석가모니 자신은 윤회의 주체인 영혼이 있다는 가르침을 설하지 않았다. 그는 힌두교의 자아(Atman)를 인정하지 않았으며, 인간을 포함한 만물은 연기(緣起)로 되어 있기 때문에 무아(無我)를 설했다. 영혼의 문제는 수천 년 전부터 철학의 주제가 되어 왔으나, 뇌의 기능을 간접적이나마 볼 수 있게 된 최근 20~30년 사이에 결론을 내려 버렸다. 그리하여 현대 의학(특히 정신의학) 뿐만 아니라 현대 철학에서도 "마음이니 정신이니 영혼이니 하는 것은 뇌의 기능이다."라고 말한다. 2,600년 전에 석가모니가 현대 의학과 일치하는 생각을 할 수 있었다는 것은 놀라운 통찰이라고 생각된다. 2) 근사(近死)경험 근사경험을 영혼의 존재로서가 아니라 뇌 기능의 변화로 현대의학은 설명한다. 필자는 근사경험을 과학적으로 연구한 하나의 논문만 여기 소개하고자 한다. 이 논문은 정신과 의사 칼 얀센(Karl L.R. Jansen)이 근사경험 전문 학회지에 게재한 논문이다. 얀센은 자신이 직접 근사경험을 경험하였던 사람이며, 또한 케타민(ketamine, 반감기가 짧은 환각제이며, 인격을 해리시키는 마취약)을 주사 맞아 케타민에 의한 의식의 변화가 근사경험과 같았다는 것을 증명한 사람이다. 뉴질랜드에서 태어나서 오타고(Otago)대학에서 내과 수련을 받은 칼 얀센은 그 후 오클랜드(Auckland) 대학에서 뇌 연구 팰로우로 활동하였다. 이때 케타민에 흥미를 갖게 되었고 논문도 썼다. 그러고 나서 영국으로 가서 옥스퍼드(Oxford)대학에서 임상약물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고, 런던의 모슬리(Maudsley) 병원과 런던정신과 병원에서 정신과 수련을 받았다. 지금은 영국 왕립 정신과의사회 회원이며, 근사경험의 케타민 모델과 환각제인 엑스타시(Ecstasy, NMDA)에 대하여 흥미를 느끼고 연구하고 있다. 케타민을 사용하여 생기는 근사경험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근사경험은 인격을 해리시키는 약인 케타민을 사용해서 유도해 낼 수 있다. 신경과학 발전은 뇌-마음 중간 영역에 관여하는 기작에 관하여 최근 새로운 통찰을 제공하고 있다. 󰡐뇌󰡑쪽에서 볼 때, 근사경험이란 뇌 수용체에 의한 신경 전달물질 글루타메이트(glutamate) 차단으로 나타난다는 것이 명백하게 밝혀졌다. 이들의 결합 장소가 NMDA(N-Methyl-D-Aspartate) 수용체이다. 근사경험을 촉진시키는 조건들(저산소, 저혈류, 저혈당. 측두엽 간질 등)이 글루타메이트를 대량 방출시키고, NMDA 수용체를 과활성화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수용체가 과활성이 되면 뇌 세포가 죽을 수 있기 때문에 케타민은 과활성(흥분성 독성)이 일어나지 않도록 예방하여 뇌 세포를 보호한다. 글루타메이트 방출을 유발한 조건들 또한 뇌 세포를 보호하려고 케타민을 방출한다. 그래서 케타민의 작용으로 의식 상태가 변하게 되는 것이다. 고전적인 근사경험의 전형적인 양상은 다음과 같다. 󰡐진정으로󰡑 죽은 것 같은 경험을 하는데,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감각과 함께 시간이 사라지고 통증을 느낄 수 없으며, 조용하고 평화로운 느낌이 든다. 신체와 분리된다는 지각이 있을 수 있다. 흔히 환각 속에서 풍경, 배우자, 양친, 선생님들과 친구들 보인다. 종교적이고 신화적인 천사와 같은 무리와 빛과 같은 신(神)의 대변자도 환각으로 나타난다. 대개는 초월적이고 신비적인 상태이며 기억은 의식계로 뚜렷하게 나타난다. 하지만 이 기억들로 말미암아 '자기 인생의 재검토'를 하게 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고 한다. 근사경험의 초기에는 어떤 소리가 들린다고 한다. 링(Ring)은 1980년, 근사경험을 연속적으로 발생하는 다섯 단계로 분류하였다. ⓵평화와 만족감을 느낀다. ⓶신체로부터 떨어져 나가는 느낌을 느낀다. ⓷과도기적인 어둠의 세계로 들어간다(터널을 통한 빠른 움직임, '터널 경험'). ⓸밝은 빛이 나타난다. ⓹그 빛 속으로 들어간다. 경험에 참여한 사람의 60%가 1단계를 경험하지만, 5단계까지 경험하는 사람은 10%에 불과하다. 정맥주사로 50~100mg의 케타민을 투여하면 근사경험의 모든 양상을 만들어 낼 수 있다. 칼 얀센 자신이 직접 근사경험을 하였고, 또한 실험적인 차원에서 케타민을 투여하기도 했다. 근사경험과 케타민 경험은 명백하게 같은 형태의 변형된 의식 상태였다. 케타민은 레이먼드 무디(Raymond Moody)가 기술한 근사경험과 같은 경험들을 반복해서 만들어 낼 수 있었다. 근사경험이나 케타민 경험 어느 것도, DMT(Dimethyltryptamine)와 LSD(Lysergic Acid Diethylamide) 같은 환각제의 효과와는 유사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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