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진강 2 / 김용택 저렇게도 불빛들은 살아나는구나. 생솔 연기 글썽이며 검은 치마폭 같은 산자락에 몇 가옥 집들은 어둠속으로 사라지고 불빛은 살아나며 산은 눈뜨는구나. 어두울수록 눈 비벼 부릅뜬 눈빛만 남아 섬진강물 위에 불송이로 뜨는구나. 밤마다 산은 어둠을 베어버리고 누이는 매운 눈 비벼 불빛 살려내며 치마폭에 쌓이는 눈물은 강물에 가져다 버린다. 누이야 시린 물소리는 더욱 시리게 아침이 올 때까지 너의 허리에 두껍게 감기는구나. 이른 아침 어느새 너는 물동이로 얼음을 깨고 물을 퍼오는구나. 아무도 모르게 하나 남은 불송이를 물동이에 띄우고 하얀 서릿발을 밟으며 너는 강물을 길어오는구나. 참으로 그날이 와 우리 다 모여 굴뚝마다 연기나고 첫날밤 불을 끌 때까지는, 스스로 허리띠를 풀 때까지는 너의 싸움은, 너의 정절은 임을 향해 굳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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