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물이 되어 / 강은교

필부 2006. 6. 5. 08:02
 

우리가 물이 되어 / 강은교 우리가 물이 되어 만난다면 가문 어느 집에선들 좋아하지 않으랴 우리가 키 큰 나무와 함께 서서 우르르 우르르 비오는 소리로 흐른다면 흐르고 흘러서 저물녘엔 저 혼자 깊어지는 강물에 누워 죽은 나무 뿌리를 적시기도 한다면 아아, 아직 처녀인 부끄러운 바다에 닿는다면 그러나 지금 우리는 불로 만나려 한다 벌써 숯이 된 뼈 하나가 세상에 불타는 것들을 쓰다듬고 있나니 만 리 밖에서 기다리는 그대여 저 불 지난 뒤에 흐르는 물로 만나자 푸시시 푸시시 불 꺼지는 소리로 말하면서 올 때는 인적 그친 넓고 깨끗한 하늘로 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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