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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락눈 내리는 저녁 / 이시영 싸락눈 내리는 저녁, 길을 걷는데 누군가 뒤에서 부르는 것 같아 뒤돌아보니 부르는 사람은 없고 그때 막 그런 생각이 드는 것 있지. 누군가 내 생을 다 살아 버렸다는 느낌! 그런 데 그 누군가가 누구이며, 과연 나에게 생 같은 것이 있기 는 있었을까? 잘 구르지 않는 수레에 시커먼 연탄 같은 것 을 싣고 가파른 언덕길을 죽어라 밀고 왔다는 느낌뿐. 그런 데 코밑에 연탄가루 잔뜩 묻은 그것을 생이라 부를 수 있을 까? 싸락눈 그친 저녁, 길을 걷는데 누군가 뒤에서 부르는 것 같아 뒤돌아보니 아무도 없고 그때 막 그런 생각이 드는것 있지. 누군가 내 생을 다 살고 간 것 같은 느낌! 그런데 그 누군가는 도대체 누구이며 과연 내가 이 생에 있기는 있었 을까? 시간은 때로 뱀처럼 미끄럽게 손아귀를 빠져 달아났 고 운명은 늘 제 얼굴을 가린 채 차갑게 나를 스치고 갔을 뿐 한 번도 제 모습을 똑바로 보여준 적이 없지. 그리고 갑 자기 생각난 듯 이렇게 싸락눈 내리는, 그친 길 위에 문득 나를 멈춰 세워 날카로운 질문만 던질 뿐. 과연 내가 살기는 살았을까? 아니, 생을 제대로 살고 있기는 있을까? ( 시집 : ' 경찰은 그들을 사람으로 보지 않았다' , 창작과비평사 , 201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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