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에덴과 에덴의 동쪽 / 이제민 신부

필부 2018. 10. 29. 15:09

에덴과 에덴의 동쪽 / 이제민 신부 4. 다시 한 번 더 강조하지만 창세기는 신화책이 아니라, 인간의 현실을 직시한 인간 실존에서 쓰인 인간 실존에 관한 책이다. 창세기 저자가 아담의 이야기를 통해 말하고자하는 것은 모든 인간이 아담과 하와처럼 처음부터 죄 중에 있었고 죽음의 상태에 놓여 있다는 것이다. 인간이 고통을 당하며 죽어야 하는 운명에 처한 것은 아담이라는 태곳적 인물의 죄로 말미암은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그렇게 주어진 것이다. 아담은 한 개인이면서 ?모든? 인간이다. 아담의 운명은 모든 인간의 운명이다. 우리 모두가 아담이며 그의 운명은 우리 모두의 운명이다. 5. 죽음은 인간으로서는 대답할 수 없고 그저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사실이다. 이 엄연한 사실을 피해 보려고 발버둥치는 데서 인간은 비인간적이 되고 더욱 비참한 상황을 체험하게 된다. 아담도 이 엄연한 사실을 피하려 하다가 낙원에서 쫓겨나는 비참한 운명을 맞았다. 창세기는 힘들고 고달픈 세상이지만 그 안에 희망이 있음을 알려주고, 고통이 있더라도 살 만한 가치가 있는 세상임을 보여주기 위한 희망의 책이다. 인간은 처음부터 생로병사가 지배하는 에덴의 동쪽에서 살고 있다. 에덴의 바깥, 그 동쪽에서 에덴동산을 갈망하며 사는 존재다. 하지만 에덴의 동쪽에서 일어나는 생로병사의 현실은 동시에 에덴동산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 고통이 전부가 아니며 죽음이 그 자체로 끝장은 아니다. 고통에도 의미가 있고 죽음에도 그 이상의 의미가 있다. 인간은 고통과 죽음의 세계 안에서 그 이상의 의미를 추구하는 존재로 세상을 살아가고 있다. 죽을 운명을 지닌 인간이 놀랍게도 하느님의 모상인 것이다. 6. 창세기는 하느님께서 세상을 만드실 때마다 '보시니 참 좋았다' 고 번번이 적고 있다. 하느님께서 ?보시니 참 좋았다?고 흡족하게 생각하신 세상은 아담과 하와가 죄짓기 전의 세상, 소위 에덴동산에 한정된 말이 아니다. 그것은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 고통과 죽음으로 얼룩진 세상을 두고 하신 말씀이었다. 온갖 죄와 오물로 더럽혀진 세상이 하느님 나라의 보화가 묻혀 있는 좋은 밭이다.(마태 13,44) 때문에 창세기는 인간이 하느님의 말씀을 신뢰하면서 세상 안에서 그 이상의 것을 보면서 살아갈 것을 강조한다. 창세기는 인간이 피할 수 없이 맞이하는 쓰라린 고통과 죽음의 체험, 도대체 겪고 싶지 않은 고통을 벌로 단정하고자 해서 쓴 책이 아니다. 오히려 형벌처럼 여겨지는 어려운 인생살이 속에서도 하느님을 신뢰하며 희망을 잃지 않도록 용기를 불러일으키고 살맛을 주고자 하여 쓰인 책이다. 에덴의 이야기는 우리에게 ?삶이 어렵고 힘들지만 포기하지 말라. 그 안에는 에덴의 행복이 감추어져 있다. 밉고 추한 인간이지만 사랑스럽고 아름다운 하느님의 모상이다?는 것을 말해 준다. 희로애락으로 엮어져 있고 유혹과 갈등 구조 속에 놓여 있는 인생이지만 그 속에 하느님의 사랑이 담겨 있다. 세상과 인생의 의미는 하느님께 순종할 때만, 하느님께 귀의할 때만 찾을 수 있다는 것을 에덴의 이야기는 전한다. 7. 에덴 이야기가 우리에게 전해 주고자 하는 메시지는 인간은 하느님께로(곧 하느님과 함께 하는 공동체로) 향해야 하고, 또한 하느님께 순종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때에 인간은 인생의 의미를 깨달을 뿐 아니라 행복하게 살 수 있다. 때문에 이스라엘은 인간의 고통을 이야기하면서 늘 ?정의롭고 정직한 하느님?을 찬양하였다. ?바위이신 그분의 일은 완전하고 그분의 모든 길은 올바르다.?(신명 32,4), ?하느님께서 보시니 손수 만드신 모든 것이 참 좋았다.?(창세 1,31) 하느님께서는 세상을 창조하시고 나서 보시니 참 좋았다고 하셨다. 하느님의 선하심과 세상의 불행을 어떻게 연결해야 할지 고민하면서 창세기 저자가 그 해답으로 제시한 것이 ?처음에 하느님은 인간을 선하게 창조하셨다. 본래 인간은 하느님과 함께 하는 공동체 안에서 참 생명을 가지고 살았으나 인간들은 과실(죄)을 범함으로써 불행을 초래하였다. 인류가 지금 이런 상황에 이르게 된 것은 인류의 조상이 하느님 안에서 살지 못했기 때문이다?는 것이었다. 그러니까 인간이 죄를 범하기 이전의 순수한 에덴동산이 따로 존재했다고 믿은 것은 아니었다. 그런 에덴은 인류 역사상 실재해 본 적이 없다. 에덴의 낙원은 과거의 시간이 아니다. 죄를 짓지 않았다면 잃지 않았을지도 모르는 그런 세상이 아닌 것이다. 창세기가 묘사하고 있는 그런 낙원은 한 번도 실재한 적이 없다. 아담과 하와 이야기의 핵심이 인간은 죄스런 세계, 고통과 죽음이 지배하는 세계에 살지만, 그래서 때로는 불행하게 보이기도 하지만 본질적으로는 은총의 세계에서 살고 있다는 것인 만큼, 창세기는 인간에게 세상을 창조하신 하느님을 신뢰하면서 하느님께 순명하면서 살아야 할 것을 요구한다. Morning At The River Bench - GandalfameDoma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