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한국불교, 왜 종교 개혁이 필요한가 / 강병조 6. 신격화와 영험

필부 2010. 4. 17. 16:04
 

한국불교, 왜 종교 개혁이 필요한가 / 강병조 6. 신격화와 영험 석가모니는 인간 고타마 싯다르타이다. 그런데 한국불교는 석가모니를 부처 내지 신(神)으로 모신다. 그리고 그의 행적 일부를 기적으로 만든 것이 많다. 이렇게 되면 한국불교는 기독교가 된다. 《불교신문》 (2008년 10월 8일자) <新불교 100문 100답>에 한 스님은 "부처님은 이적(異蹟)을 행했나요?" 하는 질문에 다음과 같이 답변하였다. 고타마는 불을 섬기는 집단의 지도자 우루빈나(우루벨라) 가섭을 찾아가 화룡(火龍)을 모시는 사당에 하룻밤 머물기를 청했다. 가섭은 화룡에게 목숨을 잃게 될 것이라며 만류하다가 결국 허락하였다. 밤이 되자 화룡은 자기의 처소에 들어온 사문을 향해 불길을 토하기 시작했다. 고타마는 가부좌를 틀고 앉아 화광삼매에 들었다. 고타마의 몸에서도 불이 나오기 시작하여 밤새도록 사당은 불길에 휩싸였다. 그것을 지켜보던 가섭과 제자들은 '안타깝게도 저 사문이 목숨을 잃게 되었구나!' 생각하며 불쌍히 여겼다. 그러나 다음날 아침 고타마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사당문을 열고 나왔으며, 놀랍게도 고타마의 발우 안에는 화룡이 작은 뱀처럼 변해 있었다. 가섭은 매우 놀랐으나 자신이 더 훌륭하다고 생각하여 거듭해서 신통력을 겨뤘지만 계속 패했다. 이윽고 가섭은 자신이 고타마를 이길 수 없음을 실토하고 제자가 되었다. 이러한 기적을 행한 고타마의 행적을 경전에 나온다고 해서 이것을 사실로 믿을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유치원 어린이들에게 재미로 들려주는 신화나 전설 따위로 생각할 것이다. 그렇다면 왜 스님들은 이런 문답을 조계종단 대표 신문인 《불교신문》 '종교 문답'란에서 이야기하고 있을까? 문자주의를 맹신하는 기독교처럼 성경의 글자 하나 빠뜨리지 않고 모든 것을 사실로 믿는 바람에 이런 답변을 하리라고 생각된다. 그러나 경전도 인간이 만든 것이요, 시대 상황에 맞게 편집된 하나의 출판물이다. 수세기 전 과학이 발달하지 않았던 시절에 출간된 경전을 그대로 믿고, 오늘 같은 과학 시대에도 그 기적을 사실로 설법해서는 곤란하다. 또 어쩌면, 받아들이는 신도들을 생각하여 하나의 방편으로 그렇게 답변했을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방편도 상대방 근기에 맞아야 먹혀들지 이런 시대에 엉터리없는 거짓말이나 다름없는 이야기가 먹혀들겠는가? 먹혀들 신도들은 일부 무지한 불자들뿐일 것이다. 이렇게 신도들의 수준을 얕잡아보는 이런 식의 설법 때문에 한국의 지식인들이 불교를 멀리하지는 않는지 생각해 보아야 한다. 한국불교를 개혁하여야 할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아인슈타인은 미래의 종교가 어떠하여야 하는가를 이야기한 바 있다. 그는 종교로서는 매우 어려운 일이겠지만 종교도 인간의 작품이라는 것을 인정해야 하고 또한 종교 교의에도 오류가 있을 수 있다는 겸손한 자세를 가져야 한다고 하였다. 특히 현대의 생활에서 인과율의 믿음이 보편화하는 현실에서 인격신(人格神)을 고집하는 태도를 버려야 한다고 하였다. 종교도 인간의 문화의 하나로서 거기에는 상징적이고 신화적인 요소가 많이 있다. 종교인은 종교의 신화적인 요소에 대해 신화로서 만족해야 한다. 신화적 요소는 방편적인 문제로서 중요한 기능을 할 뿐이지 신화의 내용은 사실이 아니다. 이제는 신을 위한 종교가 아닌, 인간을 위한 종교라는 믿음이 보편화하는 현실이다. 이러한 현실에서 종교는 과학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그럼으로써 종교와 과학은 상보성(相補性)을 갖도록 노력해야 한다. 또한 종교 지도자들도 교사적인 태도로 종교를 운행해야 할 것이다. 초기불교를 연구하고자 인도에 거주하는 호진 스님이 영천 은혜사에 주석하는 지안 스님에게 보낸 서신에서도 석가모니를 신격화시키지 말 것을 당부한 글이 있다. 진실의 적은 거짓이 아니라 신화다……. 역사적인 부처님의 참모습을 보려면 신화와 전설을 제거해야 한다……. 그렇다. 나의 공격 목표는 신화와 전설이다……. 종교가 인간을 위해 필요한 것이지, 인간이 종교를 위해 헌신해야 할 이유는 없지 않습니까……. 달라이 라마 존자는 신격화되어 있지 않지만, 현재 전 세계적으로 가장 존경받고 영향력 있는 인물이 아닙니까. 고타마 싯다르타는 왜 이렇게 될 수가 없겠습니까. 호진 스님의 주장에 필자는 전적으로 동의한다. 이와 같은 올바른 스님들이 최근 많이 생겨나는 것을 보면 한국불교의 르네상스가 가까워진 것 같기도 하다.

출처 : 어부림 ( 魚付林 )
글쓴이 : 거울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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