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하늘 우물 / 장옥관

필부 2009. 6. 23. 19:01

하늘 우물 / 장옥관 한때 나는 새의 무덤이 하늘에 있는 줄 알았다 물고기의 무덤이 물 속에 있고 풀무치가 풀 숲에 제 무덤을 마련하는 것처럼 하늘에도 물앵두 피는 오래된 돌우물이 있어 늙은 새들이 거기 다 깃들이는 줄 알았다 피울음 깨무는 저 저녁의 장례 운흥사 절 마당 늙은 산벚나무 두 그루 눈썹 지우는 것 바라보며 생각하느니 어떤 죄 많은 짐승 내 뒤꿈치 감옥에 숨어들어 차마 뱉어내지 못할 붉은 꽃숭어리 하늘북으로 두드리는 것일까 하르르하르르 귀 얇은 소리들이 자꾸 빠져들고 죽지 접은 나무들 얼굴을 가리는데 실뱀장어 초록별 물고 돌아드는 어스름 우물에 누가 또 두레박을 던져 넣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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