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율포의 기억 / 문정희 일찍이 어머니가 나를 바다에 데려간 것은 소금기 많은 푸른 물을 보여 주기 위해서가 아니었다 바다가 뿌리뽑혀 밀려나간 후 꿈틀거리는 검은 뻘밭 때문이었다 뻘밭에 위험을 무릅쓰고 퍼덕거리는 것들 숨 쉬고 사는 것들의 힘을 보여 주고 싶었던 거다 먹이를 건지기 위해서는 사람들은 왜 무릎을 꺾는 것일까 생명이 사는 곳은 왜 저토록 쓸쓸한 맨살일까 일찍이 어머니가 나를 바다에 데려간 것은 저 무위한 해조음을 들려 주기 위해서가 아니었다 물위에 집을 짓는 새들과 각혈하듯 노을을 내뿜는 포구를 배경으로 성자처럼 뻘밭에 고개를 숙이고 먹이를 건지는 슬프고 경건한 손을 보여 주기 위해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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