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후박나무 아래 잠들다 / 박이화 봄날이 와서 억세게 운수 좋은 어느 날 내게로 어떤 봄날이 와서 이 세상 모든 죽음마저 꽃피워 줄 때 나 저 후박나무 아래 들겠네 그럴 때 통영군 연화리 우도의 저녁하늘 바라보던 내 눈은 후박나무 어린잎에게 주겠네 내 잠든 동안 저 후박나무 나를 대신 할 수 있도록 아, 살면서 누구보다 고온 다습했던 내 생은 누구보다 먼저 후박나무 그늘 아래 썩겠네 그렇게 한 생쯤 내 몸도 꽃잎 아래 물컹, 향기롭게 썩었으면 좋겠네 기억나지 않는 꿈처럼 그대는 영영 아주 내게서 잊혔으면 좋겠네 다시 봄날이 와서 억세게 운수 좋은 어느 날 내게로 어떤 봄날이 와서 나를 저 후박나무 심장처럼 높게, 꽃피워 줄 때까지
'詩'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크랩] 해망동에 듣는다 / 김정수 (0) | 2008.03.06 |
---|---|
[스크랩] 候鳥 / 김남조 (0) | 2008.03.04 |
[스크랩] 달팽이 / 김사인 (0) | 2008.02.24 |
[스크랩] 호수 / 이형기 (0) | 2008.02.17 |
[스크랩] 사랑을 받들고 있는 것은 / 설태수 (0) | 2008.02.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