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후박나무 아래 잠들다 / 박이화

필부 2008. 2. 28. 11:08

후박나무 아래 잠들다 / 박이화 봄날이 와서 억세게 운수 좋은 어느 날 내게로 어떤 봄날이 와서 이 세상 모든 죽음마저 꽃피워 줄 때 나 저 후박나무 아래 들겠네 그럴 때 통영군 연화리 우도의 저녁하늘 바라보던 내 눈은 후박나무 어린잎에게 주겠네 내 잠든 동안 저 후박나무 나를 대신 할 수 있도록 아, 살면서 누구보다 고온 다습했던 내 생은 누구보다 먼저 후박나무 그늘 아래 썩겠네 그렇게 한 생쯤 내 몸도 꽃잎 아래 물컹, 향기롭게 썩었으면 좋겠네 기억나지 않는 꿈처럼 그대는 영영 아주 내게서 잊혔으면 좋겠네 다시 봄날이 와서 억세게 운수 좋은 어느 날 내게로 어떤 봄날이 와서 나를 저 후박나무 심장처럼 높게, 꽃피워 줄 때까지

출처 : 어부림 ( 魚付林 )
글쓴이 : 거울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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