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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 / 나희덕 무당벌레와 나밖에 없다 추위를 피해 이 방에 숨어들기는 마찬가지다 방바닥을 하염없이 기어가다가 무료한 듯 몸을 뒤집고 버둥거리다가 펼쳐놓은 책갈피 위에 우두커니 앉아 있다가 갑자기 기억이라도 난 듯 뒤꽁무니에서 날개를 꺼내 위이잉 털기도 한다 작은 전기톱날처럼 마음 어딘가를 베고 가는 날개소리, 창으로 든 겨울 햇살이 점박이 등을 비추고 그 등을 바라보는 눈가를 비추면 내 속의 자벌레가 네 속의 무당벌레에게 말을 건넨다 조금은 벌레인 우리가 주고받을 수 있는 대화는 어떤 것일까 냄새를 피우거나 서로의 주위를 맴돌며 붕붕거리는 것? 함께 뒤집혀 버둥거리는 것? 암술과 수술을 드나들며 꽃가루를 헛되이 일으키는 것? 어느 구석진 창틀에서 말라가기 전까지 조금은 벌레인 우리가 나눌 수 있는 온기는 어떤 것일까 노루꼬리처럼 짧은 겨울 햇살 한 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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