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불취 불귀 (不醉不歸) / 허수경 어느 해 봄 그늘 술자리였던가 그때 햇살이 쏟아졌던가 와르르 무너지며 햇살 아래 헝클어져 있었던가 아닌가 다만 마음을 놓아보낸 기억은 없다. 마음들끼리는 서로 마주 보았던가 아니었는가 팔 없이 안을 수 있는 것이 있어 너를 안았던가 너는 경계 없는 봄 그늘이었는가 마음은 길을 잃고 저 혼 자 몽생취사하길 바랐으나 가는 것이 문제였던가, 그래서 갔던 길마저 헝클어뜨리며 왔는가 마음아 나 마음을 보내지 않았다. 더는 취하지 않아 갈 수도 올 수도 없는 길이 날 묶어 더 이상 안녕하기를 원하지도 않았으나 더 이상 안녕하지도 않았다. 봄 그늘 아래 얼굴을 묻고 나 울었던가 울기를 그만두고 다시 걸었던가 나 마음을 놓아 보낸 기억만 없다. 팔없이 안을 수 있어 보듬고 사는건가. 넘치는 일이 없어 버리는 법 없이 가슴에 담아두는가. 씹을수록 맛이 새롭게 돋는 시 한편이다. 그 누구 사랑하고 그리워한대서 그에게 마음을 보낸거냐 묻는 시인의 시를 읽으며 어쩜 이 분은 연애다운 연애를 할 수 있는 여자일까 하는 의구심을 갖게 된다. 술을 마시며 술기가 타고 흐르는 혈관 따라 취기를 가늠한다면 술 마시는 기분이 나겠는가. 그 보다 그런 사람을 앞에 두고 술잔을 든다면 술에 취하게 될 것인가. 여담이고, ㅎㅎㅎ 좋은 시를 읽게 되었다. 흔히 마음을 주었다 표현한다. 즉 그 누구에게 마음이 쏠려 중심을 잡을 수 없다는 말이다. 그러나 마음이 기울어져 흔들리는 걸 느낄 수 있는 것도 내 가슴에 마음이 온전하게 보존되었다는 또다른 증거다. 그렇다면 사랑이란 무엇인가. 아니, 사랑하는 사람은 어떻게 변해야하는가. 무엇에 미치는 일도, 미쳐봄도 괜찮은 일이다. 목석처럼 굳은 심장보다는 인간적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사랑한다. 마음을 주었는지, 품에 안았는지,정녕 몰입하고 있는지 따지지 않고, 사랑하지 않으면 외로워서 견디지 못하겠기에 어쩔수 없이 사랑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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