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길, 초록에 빨려 들다 / 이태수 산을 오르다 보면 나도 모르게 숲의 초록에 빨려 든다. 나뭇잎에 스며들어 숨을 할딱인다. 가다가 나뭇가지에 걸려 멎어 있는 구름 몇 자락. 그 사이를 오락가락하는 멧새 서너 마리. 숲은 안 보이고 나무들만 보이더니 가까스로 숲이 보이기 시작한다. 가던 길 버리고, 두 발마저 허공에 뜰 때 비로소 새 길들이 열리게 된 거지. 내가 벌써 저만큼 가고 있다. 조금 전까지도 나뭇잎에 깃들어 있었는데 나도 모르는 사이, 초록 숨을 쉬면서 길 위에서도 보이지 않던 길을 가도 있다. 나뭇가지에 걸려 잎새들이나 흔들던 구름 몇 자락, 그 등을 떠밀던 바람도 옥빛 하늘 깊이 노 저어 가고 있다. 무슨 말을 하는지, 멧새들이 재잘거려도 숲은 아랑곳없이 초록 숨을 뿜어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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