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눈썹이 지르는 비명 / 박연준

필부 2007. 2. 21. 22:54

속눈썹이 지르는 비명 / 박연준 내 나쁜 몸이 당신을 기억해 온몸이 그릇이 되어 찰랑대는 시간을 담고 껍데기로 앉아서 당신을 그리다가 조그만 부리로 껍데기를 깨다가 나는 정오가 되면 노랗게 부화하지 나는 라벤더를 입에 물고 눈을 감아 감은 눈 속으로 현란하게 흘러가는 당신을 낚아! 채서! 내 기다란 속눈썹 위에 당신을 올려놓고 싶어 내가 깜박이면, 깜박이는 순간 당신은 나락으로 떨어지겠지? 내 이름을 길게 부르며 작아지겠지? 티끌만큼 당신이 작게 보이는 순간에도 내 이름은 긴 여운을 남기며 싱싱하게 파닥일 거야 나는 라벤더를 입에 물고 내 눈은 깜빡깜빡 당신을 부르고 내 기다란 속눈썹 위에는 당신의 발자국이 찍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