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사체험(近死體驗)이란 무엇인가? / 최준식 2. 근사체험이란 무엇인가? --그 내용과 단계들 이제 우리는 본론에 도달했다. 죽었다 살아났다고 하는 사람들이 모두 근사체험을 하는 것은 아니다. 미국인이지만 일본 교토 대학서 교편을 잡고 있는 칼 베커 교수에 의하면 죽었다 살아나왔다고 주장하는 사람 가운데 미국인은 10%만이 근사체험을 했다고 주장한다고 한다. 우리는 여러 연구자들의 연구를 바탕으로 근사체험의 내용을 다음과 같이 정리해 볼 수 있다. 우선 첫 번째 단계는 체외 이탈체험이다. 이 체험은 종종 유체 이탈(幽體 離脫)체험이라 불리는데 유체라는 단어의 뜻이 불분명하기 때문에 객관적인 용어인 체외 이탈 체험이라 부르기로 하자. 이것을 영어로는 ‘Out-of-Body-Experience'라 한다(줄여서 OBE라고도 한다). 체외 이탈이란 목숨이 경각에 있는 사람의 의식이 몸을 빠져 나가 자신의 몸이나 주위의 사람들을 보는 체험을 말한다. 이 체험은 보통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는 많이 발생한다고 한다. 위에서 인용한 베커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10대 중에는 60명 중에 한명 꼴로 이 체험을 자연스럽게 한다고 한다. 더 충격적인 일은 2차 세계대전이나 월남전 때 부상당한 병사 가운데 많은 수가 이 체험을 한 것으로 보고 되었다는 사실이다. 그들은 영혼의 상태로 몸을 빠져 나와 미국에 있는 자기의 집에 돌아가 모친이나 아내들을 만났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이들의 주장을 무시할 수가 없는 게 이들이 영혼 상태로 방문했을 때 가족들이 어떤 상태로 있었는가를 정확하게 묘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는 모친이나 아내가 그들의 영혼을 목격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이렇게 영혼이 몸을 빠져 나갈 때 소음이 들리는 경우가 많은데 이 소음은 캄캄한 어둠과 함께 등장한다. 몸을 빠져 나간 영혼 앞에 캄캄한 어두운 공간 혹은 동굴이 나타나는 것이다. 그리고 영혼은 그 굴을 매우 빠른 속도로 지나가는 체험을 한다. 이렇게 지나가면서 주위에서 아는 영혼들도 만나고 전혀 모르는 영혼들을 만나게 된다. 그런데 이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동굴 끝에 보이는 환한 빛이다. 이 빛은 말할 수 없이 밝게 나타나는데 그렇다고 태양과 같이 눈이 부셔 못 뜨는 그런 식의 밝기는 아니라고 한다. 이 동굴 혹은 터널 체험은 왜 하는 것일까? 여기에 링은 매우 고무적인 해석을 가하고 있다. 즉 터널 체험은 우리의 의식이 삼차원적인 감각의 차원에서 그것을 넘어서는 영혼의 사차원적인 세계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생겨나는 것이라고 한다. 링에 의하면 이 사차원적인 세계에서는 이른바 근원적 실재(primary reality)가 물질이 아닌 (에너지의) 진동(frequence)으로만 구성되어 있어 육체만 존재하는 이 삼차원 세계와 사뭇 다름을 보인다. 터널 체험은 이렇게 다른 세계로 가는 과정에서 겪는 것이라는 것이다. 이 터널을 통과하면 매우 아름다운 세계를 만난다. 즉 이승에서 보았던 것과는 비교도 안 되게 아름다운 꽃밭 등을 보고--그 아름다움을 언어로는 표현할 수 없다고 한다--아주 편안함을 느끼게 된다. 이곳에서 영혼은 자신이 저승에 도착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이 단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영적인 안내자와의 만남이다. 이 안내자는 아주 밝은 빛으로 나타나기 때문에 보통 ‘빛의 존재(Figure of Light)'라고 불린다. 이 존재는 빛 말고도 붓다, 예수, 마리아, 보살 등과 같이 인간의 모습을 띠는 경우도 종종 있다고 한다. 저승에서 만나는 다른 존재들과도 마찬가지이지만 이 존재와의 교통도 전부 텔레파시로 한다. 이 단계에서 이 존재와 하는 가장 중요한 일은 자기의 삶을 영상으로 회고하는 것이다. 이때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가장 중요한 일들이 아주 생생한 영상으로 눈앞에서 펼쳐진다고 한다. 이른바 삶의 회고이다. 이승을 떠나기 전에 이 생을 정리하는 것이리라. 이 생을 살면서 특히 자신이 잘못했던 일들을 회고하게 되는데 자기가 해를 준 사람의 입장에 서서 자신이 얼마나 무모하고 이기적이었나를 철저하게 깨닫게 된다고 한다. 그러나 이 빛의 존재는 해당 영혼을 질책하는 분위기가 아니라 시종일관 사랑의 감정으로 대한다고 한다. 근사체험을 한 사람들이 다시 살아나서 완전히 다른 새 사람, 한 마디로 말해 진정한 의미에서 종교적인 새로운 사람이 되는 것은 이 빛의 존재와의 만남 때문이라고 한다. 이승에서는 느낄 수 없는 무조건적인 사랑을 느끼기 때문에 이런 변화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때 삶의 회고를 통해 체험자들은 다른 사람을 사랑하는 삶을 사는 것이 얼마나 중요하고, 배우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절실하게 깨닫게 된다. 그리고 더 나아가서 우리가 사는 이번 생의 삶에는 확실한 소명이 있음을 알게 된다. 근사체험을 한 사람들이 이 단계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지 않고 다시 자신의 몸으로 돌아오는 것은 이 생에서의 소명을 다하지 못했다는 것을 깨닫게 되기 때문이다. 이것은 스스로 깨달을 수도 있고 빛의 존재로부터 깨침을 받을 수 있는데 이런 생각이 들면 보통 영혼들은 다시 자기 몸으로 돌아온다. 그러면 이 빛의 존재는 대관절 무엇일까? 여기에서도 링은 앞의 책에서 매우 통찰력이 넘치는 설을 제시하고 있다. 링에 의하면 이 빛은 평상 상태의 자아가 아니라 전체적 자아(total self) 혹은 진아(眞我, higher self)이다. 링이 말하는 이 자아는 불교에서 말하는 참된 나와 너무 흡사해 놀랄 지경이다. 생생함을 살리기 위해 그의 말을 직접 인용해보자. 진아(higher self)는 너무 경외스럽고 너무 압도적이며 너무 사랑스럽고 무조건 받아주는데(마치 모든 것을 포용하는 엄마처럼) 각자의 개별화된 의식에게는 너무나 낯설기 때문에 사람들은 그것을 자기와는 확실히 ‘다른’ ‘분리된(separate) 것으로 느끼게 된다. (그런 상황이기 때문에) 진아는 자신을 밝게 빛나는 황금빛으로 나타내 보이지만 사실 그것은 상위의 형태로(in higher form) 나타나는 자기 자신일 뿐이다…(중략)... 그 황금빛은 내재되어 있는 자신의 신성이 나타난 것(reflection)이며 진아를 상징한다. (죽은 당사자가) 보는 빛은 바로 자기 자신의 빛인 것이다. 이 정도 되면 이건 과학적인 설명이 아니라 거의 종교적인 설명에 가깝다. 원래 근사체험은 이렇게 종교적인 체험과 흡사한 점이 많다. 이제 마지막 단계에 다다랐다. 영혼들은 이곳에서 장벽(barrier)을 만나 전환점을 맞는다. 이 장벽을 넘어가면 이승으로는 영영 돌아오지 못한다. 그런데 이 장벽은 문화마다 다르게 나타나 재미있다. 예를 들어 태어나 사막만 보고 산 아랍 사람들은 이 장벽이 사막의 형태로 나타나고 그 반대로 태어나 바다만 바라보고 산 폴리네시아 사람들에게는 바다의 형태로 나타난다고 한다. 한국인의 경우에는 아마도 강의 형태로 나타나지 않을까 싶다. 이런 과정을 거쳐 영혼은 몸으로 돌아와 새 삶을 살기 시작하는데 도대체 이 근사체험을 우리는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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