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방 / 강미정 너, 아니? 가슴에도 끝방이 있다는 것 말이야 불꺼진 방 모서리를 지나 어두운 계단을 딛고 올라서서 다시 수많은 어두운 방을 돌고 돌아가는 끝방, 막다른 골목 같은 방 어둠을 담았던 쓰레기통을 씻어 말리고 어두운 방을 닦았을 걸레가 겹쳐져 널려 있는 그 옆, 고독하고 긴 복도를 닦은 밀대걸레가 세워져 조용히 말라가는 그런 방, 난 그 방 앞에서 똑똑, 문을 두드리려고 손을 들었다간 가만히 내려 무슨 소린가 끊임없이 들리다가도 귀를 갖다대면 고요해지지 문을 열면 환하게 텅빈 방이 되어버리지 너 아니? 가슴에도 끝방이 있다는 것 말이야 여러 개의 어둔 방 모서리를 돌고 돌아가면 맨 끝에야 다다르는 막다른 골목 같은 방 수많은 빈 방 지키며 부르는 노래 간혹간혹 들리는 그 끝방, 가장 많이 아픈 아픔이 가장 많이 기다린 기다림이 산다는 방, 난 그 방을 들여다 볼 수가 없어 너무 화안해서 눈을 감고 말아, 눈을 감고 말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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