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주 한 잔 했다고 하는 얘기가 아닐세
소주 한 잔 했다고 하는 얘기가 아닐세 울지 말게 다들 그렇게 살아가고 있어 날마다 어둠 아래 누워 뒤척이다, 아침이 오면 개똥 같은 희망 하나 가슴에 품고 다시 문을 나서지 바람이 차다고, 고단한 잠에서 아직 깨지 않았다고 집으로 되돌아오는 사람이 있을까 산다는 건, 참 만만치 않은 거라네 아차 하는 사이에 몸도 마음도 망가지기 십상이지 화투판 끗발처럼, 어쩌다 좋은 날도 있긴 하겠지만 그거야 그때 뿐이지 어느 날 큰 비가 올지, 그 비에 뭐가 무너지고 뭐가 떠내려갈지 누가 알겠나 그래도 세상은 꿈꾸는 이들의 것이지 개똥 같은 희망이라도 하나 품고 사는 건 행복한 거야 아무것도 기다리지 않고 사는 삶은 얼마나 불쌍한가 자, 한잔 들게나 되는 게 없다고, 이놈의 세상 되는 게 좆도 없다고 술에 코 박고 우는 친구야 백창우 시인의 詩입니다. 한 잔이 아니라 거나하게 취하여 이 시를 쓴 것 같습니다. 물론 아이를 낳듯 산통을 겪고 한 편의 시가 이 세상에 나오게 됩니다. 그래서 쓰다듬고 깎아내는 씻김을 다해 극심한 산후통 후 시가 되겠죠. 이사도라님께서 지방 토속어가 많이 섞인 시들이 재밋어 좋다 했습니다. 그야 그렇죠. 된장처럼 구수해서 좋죠. 허나 된장독에서 풍기는 냄새야 즐겁지는 못하죠. 시는 좀 정선된 시어라야 청아한 맛이 납니다. 한산 모시적삼을 검치고 부채를 펴든 표현이죠. 나이 탓이겟죠. 이 시의 말미의 표현이 눈에 거슬려 사족을 붙입니다. 깔끔장이가 아니랄까봐 내색하는군요. ㅎㅎㅎㅎ 소심한 까닭이겟죠. 소주 한 잔 걸치면 하늘이 돈짝만해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