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한국불교의 기독교 바라보기 / 윤영해

필부 2006. 7. 10. 10:31
 

한국불교의 기독교 바라보기 / 윤영해 2. 한국불교의 기독교관 : 선망과 우려 3) 믿음과 선교의 종교 불자들은 불교가 수행의 종교임을 잘 알고 있다. 물론 불자들도 믿음으로 불교에 발을 들여놓지만, 그들은 믿음보다는 깨달음을 선교보다는 수행을 중요시한다. 반면에 한국의 불자들은 기독교가 믿음과 선교를 가장 주요한 종교생활로 간주하는 것에 대해서 깊은 우려를 갖는다. 한국의 기독교 특히 개신교 신자의 57.5%는 믿음만이 구원의 궁극적 조건이라고 믿는다. 믿음을 구원의 절대적 조건으로 믿는 기독자들은 믿는 자와 믿지 않는 자를 이분법적으로 가르고 결국 믿음이 없는 사람들은 천당 대신에 지옥으로 갈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16) 한국의 불자들은 개신교인들이 기독교를 믿으면 천당에 가고 불교를 믿으면 지옥에 간다고 선교하는 행위를 심각한 문제로 간주한다. 반면에 불자들은 선한 사람은 믿음이 없어도 천당에 갈 수 있다고 믿는다.17) 한국 사람들의 조상들 중에는 기독교를 믿지 않았지만 훌륭하다고 존경받는 많은 사람들이 많다. 불자들은 세종대왕이나 이순신 같은 이들이 기독교를 믿지 않았다는 단 하나의 사실 때문에 죽어서 좋은 곳에 가지 못하고 지옥에 가서 고통을 받아야 한다는 개신교의 주장에 당혹한다. 한국의 불자들은 기독교 신자들이 제1차적 신앙활동을 선교에 두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반면에 수행을 중시하는 전통 속에서 살아온 불자들은 선교에 그리 큰 비중을 두지 않는다. 한국불교는 비신자를 위한 선교 프로그램을 전혀 가지고 있지 않다. 한국의 불교가 포교를 전혀 도외시하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의 포교 프로그램들은 자기 발로 절을 찾아온 초심신자들을 위한 것이다. 레지오 마리에 같은 군대식 용어로 조직된 가톨릭의 신도조직은 불자들로 하여금 선교에 임하는 기독자들의 전투적 태도를 느끼게 하기에 충분하다. 또한 불자들은 개신교의 ‘신자 배로 불리기 운동’이 기성 불교신자들을 겨냥한 개종운동임을 알고서 살벌한 전의를 느끼지 않을 수 없다. 불자들은 기독교의 이러한 불도저식 선교활동이 개인적 차원의 불화를 만드는 정도가 아니라 사회적 불안요소로 작용하여 민족공동체의 갈등과 분열을 조장한다고 우려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