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紅蔘 캔디..
오후에 나들이를 했다.
홍삼 전문점 앞에 정차를 하고
우리 누님은 홍삼 캔디를 사러갔다.
그 사이 나는 건너편 서점에 들려
시집 두 권과 심리학 쪽 직감에 관한 책을 샀다.
내 차 컵 홀더에는 항상 사탕이 가득 채워져 있다.
요번엔 청포도 초록 사탕이 담겨있고
전 번엔 커피 향이 진한 갈색 캔디가 있었다.
거의 혼자 운전을 하고 먼 길을 다니게 되어
여간 적적하고 따분하지가 않다.
사탕 한 알 입에 넣고 우물거리다 보면
어느새 목적지에 당도하곤 한다.
그 재미로 사탕을 컵 홀더에 가득 넣고 다닌다.
물이 맑은 산자락 나무 그늘에 차를 세웠다.
울 누님이 작은 그릇에 담긴 홍삼 캔디를 치마에 쏟더니
반쯤을 내게 건네 주며 세어 보라 한다.
내 꺼가 18개, 누님 꺼가 22개로 전부 40개다.
한 통에 만 원이라며 누님은 이번에 개당 얼마냐 묻는다.
셈에 약한 내가 더듬거리는 사이 차에 둔 계산기로 찍더니
하나에 250원이라 한다.
봉지를 까서 하나 내 입에 넣어주고
자기 입에도 하나를 넣는다.
" 우리 500원 먹었다" 하고 방긋 웃는다.
캔디가 다 녹아 없어질 무렵
호수 머릿맡에 있는 가든으로 점심을 들러갔다.
산은 초록으로 손질할 틈이 없이 치장을 했다.
진해지는 초록산으로 호수도 초록색이다.
바라보는 나도 초록으로 물이 든다.
연초록, 진초록이 이토록 아름다운 줄 몰랐다.
나이 탓일까!
정녕 나이가 들어 세상 풍경이 경이롭고 아름답게만 보이는 걸까!
어찌 되었든 세상이 아름답게 보인다는 것은 잘 된 일이다.
돌아오는 차 속에서 우리 누님은 또 500원을 까먹으며
"합계 천 원이네요" 콧등을 찡그리며 웃는다.
나머지 9000원 짜리 홍삼 캔디를 내 컵 홀더에 넣질않고
집에 들고 와 사탕통 위에 얹어 놓는다.
어디 나갈 때 네 개씩 가지고 다닐 요량이란다.
요놈의 누님 혼내 줄꺼다!
누구는 입이고 누구는 口더냐!
이 글을 쓴지가 언제던가.
가물가물거린다.
더운 날씨에 시달린 몸 식히시라고
다시 올린다.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