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한국불교의 기독교 바라보기 / 윤영해

필부 2006. 7. 8. 23:32
 

한국불교의 기독교 바라보기 / 윤영해 2. 한국불교의 기독교관 : 선망과 우려 1) 근대적 종교 한국의 불자들은 선망과 우려라는 다분히 극단적으로 엇갈리는 두 가지 시각으로 기독교를 바라본다. 한국의 불자들은 누구나 기독교를 일단 선망의 대상으로 여긴다. 그러나 동시에 우려의 시각을 버리지 못한다. 한국 사람들에게 불교는 옛 것이고 기독교는 새 것이다. 한국 사람들이 불교와 기독교를 새 것과 옛 것으로 나누어 보는 기준은 일차적으로 물리적 시간이겠지만, 그보다 더 주요한 기준은 근대적 합리성이다. 물론 근대적 합리성이란 교리적 차원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도리어 한국의 불자들은 기독교는 교리적인 면에서는 초과학적이거나 심지어 비과학적이라고 생각한다.7) 그러나 불자들이 보기에 기독교는 교회의 조직, 운영, 교육, 선교, 봉사 등의 다양한 활동에서 불교와 견줄 수 없을 만큼 탁월한 근대적 합리성을 갖추고 있다고 평가한다. 불자들의 눈에 비친 기독교는 특히 공동체의 조직과 활동 면에서 매우 과학적이다. 한국의 불자들은 기독교는 교리적인 면에서는 설득력이 떨어지지만, 교회의 운영과 활동 면에서는 매우 합리적이고 효율적이라고 생각한다. 한국불교는 조선왕조가 통치 이데올로기를 불교에서 유교로 바꾸기 전까지는 문화창조의 기수이자 원동력이었다.8) 그러나 유교에게 이러한 자리를 내어주기 시작한 불교는 기독교가 근대문명이라는 옷을 입고 들어온 이후로 문화창조의 주역을 기독교에 빼앗기고 있다고 생각한다. 불교 지도자들은 근대적 개혁의 필요성을 역설하지만, 개혁보다 전통의 계승에 익숙한 불교는 사회 전반의 재빠른 근대화로의 이행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기독교의 근대성에 자극받은 불교가 끊임없이 근대적 개혁을 외치지만,9) 자신들의 교리가 갖는 합리성에 대한 자부심에 비해 불교 공동체가 갖는 비효율적 저생산성 탓에 상대적으로 열등감에 사로잡혀 있다. 이런 면에서 불자들은 기독교를 선망의 눈으로 바라볼 수밖에 없다. 한국을 비롯한 동아시아의 입장에서만 보면 기독교는 분명 근대적 종교일 수밖에 없었다. 기독교는 근대문명의 서세동점과 함께 아시아에 유입되었기 때문에 아시아 사람들의 눈에 비친 기독교는 근대문명과 동일시되었던 것이다. 그러나 기독교의 본거지였던 유럽의 시각은 이와 상반된다. 유럽의 근대인들의 눈으로 본 기독교는 전근대적인 종교로서 기독교는 근대성의 가장 큰 특징인 합리성과 과학성에 배치되는 종교였다. 주지하다시피 근대정신의 핵심인 계몽주의 사조가 등장하면서부터 유럽의 기독교는 역사의 주도권을 잃고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져 갔다. 한편 최근 들어 이러한 한국불교의 기독교 이해는 변모하고 있다. 한국 사회가 근대성을 축적하면서 비로소 기독교를 바라보는 불자들의 시각에 많은 변화가 생겨났다. 유럽의 근대사에 대한 구체적인 이해가 축적되면서 기독교가 근대성과는 거리가 먼 종교라는 인식이 널리 확산되고 있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