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이 어떤 그리움에 젖었다는 것을 알기나 하는 듯 / 장석남

필부 2006. 7. 1. 20:13
 

구름이 어떤 그리움에 젖었다는 것을 알기나 하는 듯 장석남 희게 부푼 구름이 지나가는 것을 배공나무에 눈을 주어 바라본다 구름 속에 언뜻 치자꽃빛이 비치는 것도 나는 남은 눈으로 보고 왜 그런 빛이 비쳤는지 구름이 어떤 그리움에 젖었다는 것을 알기나 하는 듯 보고 있다 저렇게 배공나무에 바람들이 와서 종일 아픈 표정으로 놀며 칭얼대며 떠나지 않는 것은 바람 남편이 지금 어디 가서 바람을 피우고 있는 거야 그래 그곳을 배공나무 속을 통해 들여다보고 있는 거야 비로소 흥얼대며 새 움이 나면 바람 남편의 바람기는 자명해지는 거지 내 마음에 지금 어떤 그리움이 흥건해져 눈 돌릴 틈 없이 배공나무만 보이니 그 속의 어떤 움이 지금 나를 쳐다보고 있는 거다 희게 부푼 구름이 지금 우리집 문 앞에 와 내 거기를 보고 있는 거다 人家에 내려온 매의 눈처럼 내 어떤 움을 쏘아보고 있는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