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뭐라고 말을 해야 하나
물고기 여자와의 사랑 1 나 그 여자 몸속에 들어가 그 여자를 사랑하였다 그 여자의 생을 가시로 콱콱 찌르며 사랑하였다 사랑은 마취제여서 그 여자 비명을 지르지도 않았다 내가 그 여자의 전생을 관통하고 있는지 나도 몰랐다 나 그 여자 속의 가시였다 유선형 몸을 지탱시켜주던 가시였다 서로가 서로에게 먼 훗날 독이란 걸 모르고 나 그 여자 몸속의 가시였다 내가 살을 녹이고 살은 가시를 버리고 냉정하게 되돌아섬을 모르고 모순의 장난을 눈치도 못 채고 생의 한철 내내 나 그 여자의 몸속에 들어가 그 여자를 사랑하였다 그 여자의 생을 콱콱 찌르면서 보냈다 김왕노 詩 '물고기 여자와의 사랑' 全文이다. 고백하건데 한 여자의 몸속으로 들어가 그녀가 숨쉬는 공기를 마시며 살고 싶었다. 그녀가 보는 세상이 내가 보아야 할 모든 것으로 알고 나를 위해 별도로 준비해야 할 의미라는 식단이 생략되어도 무방한, 신앙이라는 그런 사랑에 몰입하기를 희망한 시절이 있었다. 그녀의 따뜻한 체온으로 내가 걸칠 옷이 필요치 않고 내가 없으므로 더 온전해지는 그 녀를 통해 하늘도 보고, 별도 보는 그런 사랑을 욕심 낸 때가 있었다는 말이다. 적어도 사랑의 성숙과 결실이라는 추구 때문에 결혼이라는 것을 해야 한다고 믿었다. 종족의 연장을 위한 인간적 욕망에 의해 결혼이라는 사회적 관습이 생겼다는 말은 허구라고 여겼다. 사랑한다는 일은 하나가 되기를 소망하는 간구로써 이에 따라 방법과 목적이 결혼을 통해 성취되는, 둘이 손을 잡고 천국으로 오르는 길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사랑하게 되는 동기의 합목적성이 부여된다고 순진하게 믿고 또 믿었다. 헌데 시력이, 시야가 좁고 짧은 제약으로, 하나님이 에덴을 추방시키면서 자기 짝을 식별한 능력까지 앗아갔기에 사랑할 사람을 찾을 수가 없었다. 아니, 찾으려는 노력조차 제대로 해보지도 못했다는 표현이 적절하리라. 눈치를 보아야 하고 복잡다단 심리전에 지레 겁을 먹은 탓이 컸으리라. 누구면 어쩌랴. 인간이란 눈 두 개, 콧구멍 두 개면 다 같을 거란 믿음이 있었기에 공동체적인 공조를 통해 대충 남들처럼 충족을 가지며 살게 되겠지 하는 가소로운 기대와 자기타협으로 사랑하기를 작정하고 결혼이라는 것을 시작했다. “죽도록 사랑한다. 당신은 나의 빛이다. “ 라고 큰소리치다가 사랑이 무슨 난로나 되는 듯 열기가 식어 등 돌리는 것보다는 솔직하고 인간적이지 않겠느냐는 위안도 작용했다는 것을 부인할 수가 없었다. 모든 것이 변한다면 사랑하다가 밉거나 싫어지거나 무미건조해지는 것보다 별다른 감정이 없는 상태에서 출발하여 지순한 사랑으로 변한다면 더더욱 좋은 일이 아니던가. 우리 조상님들께서 다 그렇게 사셨다는 전례가 확신을 더해 주었다는 말도 첨가를 한다. 이러다 소설을 쓰겠다. 아무튼 결혼할 만큼 사랑하는 여자를 만나지 못했고 사랑해서 함께 하는 이유로 하는 결혼을 하지 못했다. 누가 물고기 같은 여자와의 사랑을 하며 살았느냐 묻는다면 나는 뭐라 대답을 해야 하나. 뭐라고 말을 해야 하나. rainspace 님 때문에 늘어놓았습니다. rainspace 그런 시각에서라면 다 혼자 살아야 해요.. ㅜㅜ 종교에 귀의하는 것처럼 다 내던질 수는 없지 않을까 합니다. 이상은 필요없습니다. 현실적이고 실용적인 사랑으로 살아온 그 만큼의 거름으로 사유를 할 수 있을 뿐.. 세월은 모든 것을 변하게 할 것입니다.. 2005/09/01 거울 변하면 다시 결혼해야 하나요? ㅎㅎㅎ 2005/09/01 rainspace 헐.. 그거야 개인 사정이죠. 다 같은 순 없겠지요. ㅋㅋ 사랑까지도 변할 것이라는 전제하에 사랑할 때 쌓아둔 우정과 동지애, 애닯픈 위로와 격려, 함께 바라보는 미래 등으로 사랑을 충분히 대치할 수 있을 것 같네요. 쌓아둔 것이 빈약하다면 알아서 해야지요. 뭐 ...-_- Hidden In The Heart / Michael Hopp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