話
[스크랩] 꽃밭에서
필부
2006. 6. 30. 16:48
가을입니다. 오늘도 비가 내리고, 가을강에 발목을 담갔습니다. 가을이 가슴을 더듬다가 얼굴 하나 내려놓습니다. 그 얼굴은 온통 그리움으로 화장을 하고 가을 내내 바라보며 살라고 미소 짓습니다. 어쩌죠? 이 가을을. 가을은 누구나 시인이 되게 하는 고운 서정도 주지만 사랑하지 않고는 못견디게 우울을 한 조각 걸쳐 줍니다. 우울이란 어둠과 같아서 시간이 갈수록 짙어지고 커져 갑니다. 온통 먹물 같은 밤이 되어 나를 삼키기 전에 벗겨내고 지워야 합니다. 헌데 가을입니다. 어쩌죠? 한번 걸친 우울은 쉽게 벗겨지지 않고 한번 번진 그리움은 심장까지 번져 갑니다. 가을 따라 깊어지고 두터워집니다. 가난한 마음은 빈 자리가 많아서 앉을 곳도 많습니다. 허한 가슴에 우울이 깊어지기 전에 빈 자리에 사랑으로 채워놓으려 합니다. 사랑이 어디에 있죠? 누구를 사랑하죠? 이 가을에. 이 가을엔 사랑으로 살래요. 사랑하므로 사랑하게 되는 사랑을 하렵니다. 사랑을 사랑해서 사랑하는 사랑을 하렵니다. 눈빛만으로, 손끝만으로 행복에 감염되는 나의 연인들이여. 사랑만 먹고 사는 그대를 사랑합니다. 사랑합니다. 그대! ㅎㅎㅎㅎㅎ 마리님 버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