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정원 / 장석남

필부 2006. 6. 29. 10:07
 

오래된 정원 / 장석남 나는 오래 된 정원 하나를 가지고 있지 삶을 상처라고 가르치는 정원은 밤낮없이 빛으로 낭자했어 더 이상은 아물지도 않았지 시간을 발밑에 묻고 있는 꽃나무와 이마 환하고 그림자 긴 바위돌의 인사를 보며 나는 그곳으로 들어서곤 했지 무성한 빗방울 지나갈 땐 커다란 손바닥이 정원의 어느 곳에서부턴가 자라나와 정원 위에 펼치던 것 나는 내 가슴에 숨어서 보곤 했지 왜 그랬을까 새들이 날아가면 공중엔 길이 났어 새보다 내겐 공중의 길이 더 선명했어 어디에 닿을지 별은 받침대도 없이 뜨곤 했지 내가 저 별을 보기까지 수없이 지나가는 시간을 나는 떡갈나무의 번역으로도 읽고 강아지풀의 번역으로도 읽었지 물방울이 맺힌 걸 보면 물방울 속에서 많은 얼굴들이 보였어 빛들은 물방울들을 안고 흩어지곤 했지 그러면 몸이 아프고 아픔은 침묵이 그립고 내 오래 된 정원은 침묵에 싸여 고스란히 다른 세상으로 갔지 그곳이 어디인지는 삶이 상처라고 길을 나서는 모든 아픔과 아픔의 추억과 저 녹슨 풍향계만이 알 뿐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