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아침 편지

필부 2006. 6. 16. 17:10
 

'정도의 차이가 있지만 모든 사람이 외로움을 느끼며 살아갑니다. 결혼도 외로우니까 하는 것이고, 그래서 사회에는 제도와 법,그리고 문화가 있습니다. 왜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 하는가? 외로우니까 사회적 관습을 만들어 끼리끼리 모이고 어울려 살아갑니다. 모두가 이 외로움과 연관이 됩니다. 왜 이혼을 하는가? 외로움을 달래려고 결혼을 했지만 그 외로움이 달래지지 않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다른 짝을 찾기 위해 이리저리 헤매는 것입니다. 외로움을 달래줄 짝을 구하려 이 여자 저 여자, 이 남자 저 남자 바꿔보지만 짝을 바꿔서 충족된 사람을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근본적으로 내가 달라지지 않으면 아무런 소용이 없기 때문이지요. 외로움이란 외부의 무엇으로 채워지는 것이 아니라는 걸 모르는 까닭입니다.' 오늘 아침 너무 일찍 눈을 떴습니다. 하루 종일 너무 긴 시간을 생각하는데 소비해서 이를 줄이려 잠자는 시간을 늘리는 연습을 많이 했습니다. 잠을 자는 동안은 내 세상을 잠재울 수 있기에 늦잠꾸려기를 자청했지요. 헌데 어젯밤 술 몇 잔 기울인 연유인지 새벽 4시에 눈을 뜨고 캄캄한 방 안에서 눈알만 굴리다가 버릇처럼 불을 밝히고 책을 펼쳤습니다. 머릿맡에 둔 책이 김수덕 님의 '세벽 산책"이란 명상 에세이집이었습니다. 오늘 읽은 '無情'이란 글에서 제 식으로 밑줄긋기를 해서 머리에 두었습니다. 내 의식의 흐름을 쥐고 싶어 심리학을 더듬다가 사고의 오류를 검색하기 위하여 논리학에 매달리고 가난한 내 영혼을 보듬으려 종교를 기웃거립니다. 간혹 마음에다 물감을 들이려 문학을 겉핧기도 합니다. 그러다 머리가 너무 아파지면 하늘보기로 소일하곤 하지요. 조금 더 쓸쓸해지면 내 꽃밭에 쪼그려 앉아 아기 손처럼 귀여운 초록 생명과 한나절을 동무하곤 합니다. 살기 위해 애를 쓰는 생명들이 안쓰러워 사랑하지 않을 수가 없거든요. 그렇게 교감을 가지다 보면 사는 일이 조금은 더 진지해지고 조금은 더 애착을 가질 수 있어 좋습니다. 사랑입니다. 오늘 아침 책장을 덮고 창을 여니 한 눈에 겨울 개천이 달려 듭니다. 내린 눈이 개천 가장자리를 하얗게 덮었고 동트는 여명이 반짝이며 깔리는 수면 위로 커다란 눈송이들이 유영하고 있어요. 어디서 날라왔는지 하얀 철새들이 헤아릴 수 없게 내려 앉아 있습니다. 눈과 하얀 철새떼와 적막한 겨울 하천이 절묘하게 조화를 이루고 있지요. 조화입니다. 그리고 어울림입니다. 교감이지요. 깨침이 있고 나눔이 있다면 평화로운 세상이 아닐련지요? 김수덕 님은 해답을 이렇게 말하고 있습니다. '사랑에 목마른 자에게 연인이 필요하지 사랑에 관한 이론이 필요한게 아닙니다. 내 안의 외로움 역시 외로움을 벗어나게 할 그 무엇은 외부에서 찾을 수 없습니다. 지식이 아니라 감각이 살아나야 합니다. 내안에 이미 내려와 있는 우주적 생명의 근원체와 만나야 합니다. 우리를 있게 한 섭리를 만나고 맛보며 살아야 외롭다는 하소연을 없앨 수 있습니다. 내 심장을 뛰게 하는 힘이 내 이웃의 심장도 뛰게 하고 있습니다. 심장을 뛰게 하는 힘이 언제나 나와 함게 하고 있지요. 그런데도 왜 우리는 외롭다고 몸부림치게 되는 것일까요? 외로움은 이 세상에 나 혼자 뿐이라는 감정입니다. 그러나 혼자라면 이렇게 심장이 활기차게 뛰고 있을 리가 있을까요?' .. Tristesse / Missa Johnouchi

출처 : 어부림 ( 魚付林 )
글쓴이 : 거울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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