話
[스크랩] 꽃이 예뻐요 제가 예뻐요?
필부
2006. 6. 7. 20:44
꽃이 예뻐요 제가 예뻐요? - 이규보 모란꽃 이슬 머금어 진주 같은데 신부가 꺾어 들고 창가를 지나다 빙그레 웃으며 낭군에게 묻기를 꽃이 예뻐요, 제가 예뻐요? 장난기 가득한 낭군이 답하기를 꽃이 당신보다 더 예쁘구려 그 말을 듣고 토라져버린 신부 꽃을 밟아 뭉개며 말하기를 꽃이 저보다 더 예쁘다면 오늘 밤은 꽃을 안고 주무세요. 그래서 꽃을 안고 잤다. 아침에 눈을 떠보니 나는 노랑나비가 되어버렸다. 사랑하는 여인이 물었다. 꽃이 좋아요 내가 좋아요? 나는 꽃이 좋다고 대답했다. 그 여인은 평생 나비로 살라고 토라져버렸다. 나는 영영 한마리 노랑나비가 되어 꽃을 찾아 꽃밭을 누비게 되었다. 사실은 그녀가 꽃인 것을, 자신이 꽃이란 걸 몰랐기에 그녀는 슬픔으로 떠나간 것이다. 나비에게는 꽃을 식별한 재간이 없어 모든 꽃을 그녀로 안다. 따로 구별할 이유도 없어 꽃이라면 사랑하는 나비가 되어버렸다. 그녀는 꽃인 채 꽃인 줄을 모르고, 노랑나비가 누구인 줄도 모르고, 원망과 그리움으로 말을 잊고 꽃밭에서 산다.
출처 : 어부림 ( 魚付林 )
글쓴이 : 거울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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