話
겨울 철쭉꽃
필부
2006. 6. 6. 18:07
눈발이 흩날리는 창가에서
키 큰 철쭉이 화들짝 붉은 꽃들을 매단 채
어깨너머로 눈길을
주듯 애틋하게 눈 구경을 한다.
입 벌린 철쭉꽃은 꽃내음도 감출 수 없어
입김도 내뿜지 못하고, 눈을 감으면 꽃은
진다.
눈을 떠야 꽃이 되는 철쭉꽃은
벌 나비 사라진 겨울에 핀다 해서
서러움이 더해질 리 없으련만
붉은 철쭉꽃이 하얀
눈으로 하늘에서 내리기에,
순결처럼 차디찬 눈송이가 철쭉꽃이 되어 멍울처럼 매달렸기에
나의 겨울은 눈물이 흥건히 고여 가슴에 강물을
하나 흐르게 한다.
온통 하얀 눈나라인 내 마음의 겨울은
모든 길들은 여행을 떠나 출구가 사라지고
상심한 사람 등 돌려 발자국을
남기고
가물거리며 멀어지듯
강물 한줄기 고요히 흐른다.
철쭉꽃은 그 적막한 강물 위에 꽃잎을 띄우기 위해
멋으로
핀다.
붉디붉은 혈흔을 하얀 눈밭에 흩뿌리기 위해
멋으로 핀다.
눈이 녹아 눈물이 되면 눈물인줄 알라
이 겨울에 멋으로
피었다 떨어져 눕는다.
Aria - Yann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