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알 수 없습니다

필부 2006. 5. 11. 22:34

그런 날이 있죠. 괜히 심란하고, 모든 일이 귀찮아지고, 모두가 소용없는 일인 것 같고, 손끝 하나 움직이고 싶지 않은 날이 있죠. 그런 날이면 마음먹고 싫건 게으름을 피우게 나를 나에게서 풀어주고 나의 어리광을 마음 편하게 바라보면 되는데요. 오늘은 마음이 허전하고, 외로움은 짙어지고 견딜만하게 슬픔이 밀려와 울고만 싶어집니다. 이만한 일로 울어버린다면 습관이 될까봐 아랫입술만 깨물고 있습니다. 내가 내 맘을 모를, 그런 날이 있죠. 누가 들으면 주책이라고, 아니면 노망이라고 한마디로 일축해 버리겠죠. 그래서 내색도 못하고 마음을 달래는 고달픈 하루입니다. 어쩌면 좋죠? 그제도, 어제도, 오늘도 그랬어요. 이러다 죽는 건 아닌지 모르겠어요. 누굴 사랑하게 된 건지, 그 누구에게 실연이라도 당한 건지, 아님 갱년기 때문인지 알 수 없습니다. 알 수가 없습니다. 나를, 나를, 내가 나를 알 수 없습니다. 날짜 : 2004.05.24 18:39 요즘 슬며시 알 수 없다는 말을 나도 모르게 내놓는다. 이 낙서를 올릴 무렵의 심정이 지금 같았나 보다. 아지랑이가 가물거릴 때가 온 거라서 사족이 쑤시고 몹씨 두둘겨 맞은 양 온 몸이 물젖은 숨뭉치처럼 한 걸음이 천근이고 마음 또한 한 곳에 정하지 못하고 청처가 없다. 봄을 타는 체질일 거라 치부해 두지만 이러다간 기력이 쇄잔해져서 죽고 말지도 모르겠다. 울 누님이 어제 보약 한제 지어 왔다. 그것으로 회복될까. 마음에 용한 보약은 그게 아닌데..... 아닌데....

출처 : 어부림 ( 魚付林 )
글쓴이 : 거울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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