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부활의 삶을 살기 위하여 / 이제민 신부님. 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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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활의 삶을 살기 위하여 / 이제민 신부님 10.1. 예수님께서 부활하셨는데도 제자들은 처음에 이를 체험하지 못하였다. 부활은 부활한 자만이 체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부활은 현상적으로 일어나는 사건이 아니다. 부활은 십자가 위에 맺힌 열매이다. 부활한 자만이 십자가를 받아들이고 견뎌낸다. 예수님이 붙잡히자 도망쳤던 제자들은 그분의 부활을 체험하면서 십자가 아래로 모여 든다. 그분의 부활을 체험한 후 제자들은 박해를 받다가 나중에는 죽음까지를 두려워함 없이 맞이하게 된다. 오늘날 예수님께서 부활하셨다고 알렐루야를 부르며 기뻐하는 사람들이 교회마다 넘쳐나는데도 세상이 변화를 모른다면 부활의 노래를 부르는 교회가 아직 부활을 하지 못해서이다. 부활의 기쁨은 열광적으로 부활을 찬미하는 노랫소리가 아니라 조용히 인생의 안을 들여다보는 성찰에서 용솟음친다. 예수님의 부활을 내 인생의 부활로 만들지 못할 때 그분의 부활은 내게 아무런 소용이 없다. 10.2. 내가 부활하지 않는다면 예수님이 부활하셨다는 나의 고백은 꽹과리 소리나 다름없고, 우리가 보내는 사순절이나 부활은 해마다 반복하는 연중행사에 지나지 않는다. 그리하여 사순절이면 단식하는 표정을 짓고 부활절이면 기쁜 표정을 짓는, 아무 의미 없는 쇼만 거듭하게 된다. 우리 인생의 과제는 예수님의 부활을 깨치는 데에 있다. 그리고 그분처럼 밀알이 되는 데에 있다. 11. 나의 인생 낱말에 실린 부활에 대한 글을 인용한다. 당신이 부활을 믿는 이유는 무엇인가? 부활이 당신의 인생에 가져다주는 메시지는 무엇인가? 죽은 후에 다시 살아나서 영원히 잘 사는 것인가? 살아 있는 동안 부활의 삶을 살지 못하고 죽은 당신이 다시 일어나 그 삶을 살 수 있을까? 죽은 저 무덤 속의 시체들이 언젠가 다시 일어나 당신이 지금 생각하는 그런 부활의 삶을 살 수 있을까? 부활을 원하는 우리는 은연중 죽음을 거부하고 있다. 죽음을 불길하고 무서운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생과 사를 이분법적으로 대립시켜 생각하는 버릇 때문에 죽음 이면에 감추어 있는 영원한 생명과 생명 이면에 도사리고 있는 죽음을 놓치고 있다. 한 알의 밀알이 땅에 떨어져 죽지 않으면 열매를 맺을 수 없다고 고백하면서도 밀알 이면에 감추어 있는 생명을 느끼지 못하고, 은연중 밀알이 되기를 거부한다. 밀알은 썩으면 다시 살아나지 않기 때문이다. 내 존재가 이 세상에서 사라진다는 것은 생각하기조차 싫은 것이다. 죽은 후에 지금의 이 존재로 다시 나타나고 싶은 것이다. 하지만 한번 죽은 씨앗은 다시는 그 씨앗으로 돌아가 태어나지 않는다. 오로지 전혀 다른 열매만을 맺을 뿐이다. 그리고 그 열매 안에 감추어 있는 씨앗 또한 그 열매를 맺게 한 그 씨앗과는 다르다. 나의 생명은 나의 소유물이 아니라 우주(남)를 위한 우주(남)의 것이다. 부활이 전하는 진리이다. 부활은 이전의 생명으로 다시 태어나 나타나는 것이 아니다. 부활은 사라지는 데서 시작한다. 사라지기 위해서. 부활의 삶을 살고 싶지 않은가? 지금 아직 살아 있는 동안 남을 위해 사라지는 법을 몸에 익혀라. (부활5, 인생낱말사전) 주님께서는 하느님 나라가 가까이 왔다는 복음을 선포하시면서 땅과 세상과 인간과 죽음을 우주적으로 대하게 하여 주셨다. 우리의 시야를 하늘로 우주로 영원으로 넓혀 살도록 해주셨다. 그런데 우리는 땅에서 하늘을 세상에서 하느님 나라를 이웃에게서 하느님을 보지 못하고 땅과 재물과 명예의 노예가 되어 편협하게만 살아가는 것은 아닌가? 주님께서는 당신의 부활로 우리가 우주적으로 새로 돋아나는 생명을 살도록 해 주셨다. 그런데 우리는 부활의 우주적인 삶을 생명 없는 시체에게 미루면서 죽은 다음 나는 어떻게 될까, 천국은 있을까, 있다면 어디 있을까 하는 편협한 물음으로 나의 실존을 생사에 옭아매고 살아가는 것은 아닌가? 부활의 노래를 부르면서도 죽은 삶을 살고 있는 것은 아닌가? 부활의 삶을 살기 위하여 우리는 땅과 세상과 인간과 죽음을 우주적으로 찬양하는 법을 몸으로 익혀야 한다. 세상이 내게 고통과 상처를 주어 십자가라 해도 사랑하며 살 수 있을 것이다. 부활한 내 몸을 느낄 것이다. (부활 8, 인생낱말사전) 12. 부활하십시오. 부활한 자만이 진정으로 예수님의 부활을 느끼게 됩니다. 첨부 결어: 부활이라는 주제가 우리에게 주는 의미는 심대하다. 어쩌면 신앙의 구원이라는 자비의 은총의 결어라고 해야 할 것이다. 여기에서 이제민 신부님의 부활에 대한 사유가 더 빛을 밝힌다 하겠다. 재미있는 서적이 출판된 일이 있었다. '내가 믿는 부활'이라는 제목으로 대화문화아카데미란 곳이서 2012 년에 우리 서공석신부님, 정양모신부님, 심상태 신부님,이제민 신부님 외 2분과 개신교 목회자 및 관계자 6 분, 성공회 쪽 한분을 모셔서 책 한 권을 발간하였다. 한국의 종교인은 물론 이웃 종교인, 나아가 종교없이 살고자 하는 분들에게 죽음의 문제를 성찰하기 위하여 종말론적 부활에 대한 성직자(신학자)들의 솔직담백한 이야기를 담아 밝힌 것이다. 여기서도 이제민 신부님의 부활관은 다른 분들과 달리 독특하시다. 나의 생각은 이렇다. 신부님의 부활에 대한 가르침은 더욱 오늘을 철저히 살아야 할 이유와 목적을 제시해 준다 하겠다. 아무튼 신부님께 감사드리며 주님의 은총이 항상 풍성하시기를 기도드립니다. Schlafe, Mein Prinzchen Schlaf Ein - Edward Simon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