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소금 바다로 가다 / 김명인

필부 2011. 6. 15. 23:49

소금 바다로 가다 / 김명인 내몸이 소금을 필요로 하니, 날마다 소금에 절어가며 먹장 煤煙 세월 썩는 육체를 안고 가는 여행 힘에 겹네 썩어서 부식토가 되는 나뭇잎이 자연을 이롭게 한다면 한 줌 낙엽의 사유라도 길바닥에 떨구면 따뜻하리라 그러나 찌든 엽록의 세상 너덜토록 풍화시킨 쉰 살밖에 없어 후줄근한 퇴근길의 오늘 새삼 춥구나 저기, 사람이 있네, 염전에는 등만 보이고 모습을 볼 수 없는 소금 굽는 사람이 있네 짜디짠 땀방울로 온몸 적시며 저물도록 발틀 딛고 올라도 늘 자기 굴헝에 떨어지므로 꺼지지 않으려고 水車를 돌리는 사람, 저 무료한 노동 진종일 빈 허벅만 퍼올린 듯 소금 보이지 않네 하나, 구워진 소금 어느새 썩는 살마다 저며와 뿌옇게 흐린 눈으로 소금바다 바라보게 하네 그 눈물 다시 쓰린 소금으로 뭉치려고 드넓은 바다로 돌아서게 하네

출처 : 어부림 ( 魚付林 )
글쓴이 : 거울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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