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유식학과 분석심리학 / 김경일 2. 유식학과 분석심리학의 태동
유식학과 분석심리학 / 김경일 2. 유식학과 분석심리학의 태동 유식(唯識)은 오직 마음이란 뜻이다. 현상에 대한 인식이나 인간 내면의 반응을 마음의 작용으로 설명한다. 행불행이나 희로애락의 감정 발현이나 좋고 싫음의 감정도 오직 마음의 작용으로 설명한다. 마음의 작용에 따라 동일한 대상이나 사건이라도 다르게 받아들여질 수 있다. 배우자의 사망이라는 충격적 상황을 당해서도 오히려 더욱 헌신적으로 자식을 키우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자식들을 남겨 두고 삶을 포기해 버리는 사람도 있다. 상황을 인식하는 마음의 차이에서 비롯되는 일들이다. 따라서 마음의 실체를 규명하면 모든 정신현상을 규명할 수 있게 되고 갈등과 고통이 왜 생기는지를 통찰할 수 있으며 결국은 갈등과 고통을 극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유식학은 공(空)사상의 부작용을 극복하고 불법의 참된 이치를 오해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나타난 사상이다. 초기불교 시대를 지나서 대승불교가 꽃을 피우게 되었다는 것은 공사상이 불교사상의 핵심으로 자리를 잡았다는 뜻이기도 하다. 공사상은 만물의 본질은 공이며 나타난 현상은 연기의 법칙에 의한 것으로 본다. 즉, 결과는 어떤 원인에 의해 나타난 것으로 원인적 요소가 사라지면 언제든지 다시 공으로 돌아간다는 것이다. 이러한 공사상은 염세주의나 허무주의로 왜곡될 우려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조선시대에 불교가 유학자들의 탄압을 받은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공의 이치가 절대 진리라 하더라도 중생들의 마음으로는 이해하기 어려운 것이므로 오해가 생기기 마련이다. 그래서 나타난 사상이 유식사상이다. 유식은 반야(공)와 더불어 대승불교의 양대 기축을 이루게 된다. 반야의 근본이 진공(眞空)이라면 유식의 근본은 묘유(妙有)가 된다. 합하면 진공묘유(眞空妙有)가 되는데 대승불교의 사상을 함축하는 의미가 있다. 진공과 묘유는 상호 모순 같지만 진공은 묘유를 통해 분명해지고, 묘유는 진공을 통해 실상을 인식하게 되므로 양극단이 서로 충돌없이 존립하게 된다. 분석심리학은 마음을 분석하는 학문이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마음의 실체를 규명하려는 인간의 노력은 끊임없이 이어져 왔다. 잠을 자는 동안에는 마음(의식)은 작용하지 않다가 잠에서 깨어나면 잠들기 이전의 마음으로 되돌아오는 것도 원시인들에게는 신기했을 것이다. 그런 현상들을 설명할 수 있는 것은 무의식, 즉 모르는 마음이다. 인간의 정신 속에 무의식이 존재한다는 것을 처음 과학적으로 연구하고 발표한 사람이 프로이트(S. Freud, 1856~1939)이다. 그는 노이로제 환자를 치료하는 과정에서 의식과 분리된 정신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그것을 무의식이란 개념으로 상정한 것이다. 융과 프로이트는 인간정신에 대한 경험적 접근이라는 방법론상의 공통점은 있었으나 인식 내용에는 차이가 있었다. 프로이트가 정신의 작용을 성욕 중심으로만 설명하는 데 융은 동의할 수가 없었다. 융은 자신의 경험으로 볼 때에 성욕만이 아니라 다른 요인도 작용한다고 보았다. 그리고 프로이트가 무의식의 근원을 어머니의 자궁에서, 즉 생명체가 잉태되는 순간부터 시작한다고 보았지만 융은 어머니의 자궁 이전의 것을 가지고 있다고 본 것도 큰 차이였다. 《티벳 사자의 서》 해설에서 융은 다음과 같이 기록하고 있다. “내가 아는 한, 탄생 이전이나 자궁 이전의 개인적인 기억들이 유전되는 경우는 없다. 그러나 의심할 여지없이 유전되는 원형들은 있다. 그것들은 처음에는 개인적인 경험을 지니고 있지 않기 때문에 아무런 내용물이 없다. 오직 삶을 통해서 개인적인 경험들이 진행될 때만 그것들은 모습을 드러낸다.” 3) 이 부분은 후일 융의 집단무의식 개념으로 정리된다. 그리고 다음과 같이 덧붙인다. “집단무의식은 곧 신들과 영들의 세계이다. 거기에는 어떤 지적인 곡예도 필요하지 않다. 다만 인간의 전생애(全生涯), 어쩌면 완성을 향해 한 걸음씩 다가가는 무수히 많은 생이 있을 뿐이다.” 4) 융은 프로이트와 인간정신에 대한 견해의 차이로 결국은 결별하게 되고 분석심리학은 융이 자신의 무의식과의 대면 과정을 거친 후에 비로소 태동하게 된다.
출처 : 어부림 ( 魚付林 )글쓴이 : 거울 원글보기메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