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사랑의 기술 / 에리히 프롬 2. .사랑의 이론1. 사랑 (13)

필부 2008. 12. 22. 19:03
 

사랑의 기술 / 에리히 프롬 2. 사랑의 이론 1. 사랑 - 인간의 실재의 문제에 대한 해답 남녀라는 양극성은 대인 관계에 있어서의 창조의 기초이기도 하다. 이 점은 생물학적으로는 정자와 난자의 결합이 어린애 탄생의 기초라는 사실에서 분명해진다. 그러나 순수하게 정신적인 영역에서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남녀 사이의 사랑을 통해 남녀는 각기 재탄생하는 것이다. (동성애적 일탈은 이 양극화된 결합의 성취에 실패한 것이고 따라서 동성애자는 결코 해결되지 않는 분리, 곧 이러한 실패로 말미암아 고통을 받는다. 그러나 이러한 실패는 사랑할 줄 모르는 이성애자에게도 공통되는 것이다.) 남성적 요소와 여성적 요소라는 동일한 양극성은 자연에도 있다. 동물이나 식물에서 명백히 볼 수 있을 뿐 아니라 두 기본적 기능, 곧 받아들이고 침투한다는 기능의 양극성에도 존재한다. 이것은 지구와 비, 강과 바다, 밤과 낮, 어둠과 빛, 물질과 정신의 양극성이다. 이 사상은 회교의 위대한 시인이며 신비주의자인 루미에 의해 아름답게 표현되어 있다. 정녕 사랑하는 자가 사랑받는 자를 원하는 것은 사랑받는 자가 그를 원할 때뿐이다. 사랑의 불꽃이 이 가슴에서 타오를때 저 가슴에도 사랑이 깃든 줄을 알게 된다. 그대의 가슴에서 신에의 사랑이 자라날 때 온갖 의심을 넘어서서 신은 그대를 사랑했다. 또 한 손이 없으면 한 손으로는 손뼉을 칠 수 없다. 거룩한 지혜는 운명이거늘, 이 지혜는 우리들에게 서로 사랑하라고 명령한다. 이러한 운명 때문에 세계의 각 부분은 짝을 찾아 짝을 이룬다. 현자의 눈에는 하늘은 남자, 땅은 여자이다. 땅은 하늘이 떨어뜨리는 것을 키운다. 땅에 열이 없으면 하늘은 열을 보내고 땅이 신선함을 잃고 메마르면 하늘은 이를 회복시킨다. 하늘은 아내를 위해 식량을 찾아 헤메는 남편처럼 땅위를 돌고 땅은 주부처럼 바쁘고 당은 자식을 낳아 젖을 먹인다. 땅과 하늘은 지혜로운 자로서 일하므로 땅과 하늘도 지혜가 있다고 생각하라. 땅과 하늘이 서로 기쁨을 느끼지 않는다면 왜 땅과 하늘이 애인들처럼 포옹하고 있는가? 땅이 없으면 어떻게 꽃이 피고 나무가 자랄 것인가? 그렇다면 하늘은 무엇을 위해 물과 열을 만들어 낼 것인가? 하느님은 남자와 여자에게 그들의 결합에 의해 세계를 보존하려는 욕망을 끝까지 품게한 것처럼 하느님은 존재자의 모든 부분에 다른 반 쪽을 찾는 욕망을 심어 놓았다. 낮과 밤은 겉으로는 적이지만 동일한 목적에 이바지하고 있고, 서로의 일을 완성하기 위해 밤과 낮은 서로 사랑하고 있다. 밤이 없으면 인간의 본성은 아무 소득도 얻지 못하고 따라서 낮에는 소비할 것이 없으리라.(8) 남녀라는 양극성의 문제는 사랑과 성이라는 문제에 대한 더 많은 검토를 요구한다. 나는 전에 프로이트가 성욕을 사랑과 합일의 요구의 나타남으로 보지 않고 오히려 사랑에서 성적 본능의 표현 -혹은 승화- 만을 보려고 한 것은 잘못이라고 말한 바 있다. 그러나 프로이드의 잘못은 더 심각한 것이다. 그의 생리학적 유물론과 일치하거니와. 그는 성적 본능을 몸 속에 화학적으로 생긴, 고통스럽고 해방을 갈망하는 긴장의 결과라고 본다. 성욕의 목적은 이 고통스러운 긴장을 제거하는 것이고 성적 만족은 이러한 제거에 성공하는 것이다. 유기체가 충분한 영양을 섭취하지 못할 때 굶주림이나 갈증이 생기는 것과 같은 방식으로 성욕이 생긴다고 하는 점까지는 이 견해는 타당하다. 이러한 관점에서는 성욕은 갈망이고 성적 만족은 갈망의 해소이다. 이러한 성욕의 개념을 갖는 한, 사실상 자위는 이상적인 성적 만족이리라. 매우 역설적이지만 프로이트가 무시하고 있는 것은 성욕의 심리적 생물학적 측면, 남녀의 양극성, 결합에 의해 이 양극을 연결하려는 욕망이다. 이 기묘한 잘못은 아마도 프로이트의 극단적인 가부장주의에 의해 촉진되었을 것이다. 가부장주의 때문에 그는 성욕을 본질적으로 남성적이라고 가정하게 되었고 따라서 특수한 여성적 성욕을 무시하게 되었다. 그는 이 사상을 '성의 이론에 대한 세가지 공헌' 에서 전개 했는데, 리비도는 남성 안에 있는 리비도이든 여성 안에 있는 리비도이든 관계 없이 원칙적으로 남성적 성격을 가졌다고 말한다. 또한 사내애는 거세된 남성으로서 여성을 경험하고 여성 자신은 남성 성기의 상실에 대해 여러 가지 보상을 구하고 있다는 프로이트의 이론에서도 똑같은 사상이 합리적 형태로 표현되어 있다. 그러나 여성은 거세된 남성이 아니며 여자의 성욕은 남성적 성질을 가진 것이 아니라 여성 특유의 것이다.

출처 : 어부림 ( 魚付林 )
글쓴이 : 거울 원글보기
메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