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스크랩] 목마와 숙녀 / 박인환
필부
2008. 9. 30.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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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마와 숙녀 / 박인환 한 잔의 술을 마시고 우리는 버지니아 울프의 生涯와 木馬를 타고 떠난 淑女의 옷자락을 이야기한다. 목마는 주인을 버리고 그저 방울 소리만 울리며 가을 속으로 떠났다. 술병에서 별이 떨어진다. 傷心한 별은 내 가슴에 가벼웁게 부숴진다. 그러한 잠시 내가 알던 少女는 庭園의 草木옆에서 자라고 文學이 죽고... 人生이 죽고... 사랑의 진리마저 愛憎의 그림자를 버릴 때... 木馬를 탄 사랑의 사람은 보이지 않는다. 세월은 가고 오는 것, 한때는 孤立을 피하여 시들어 가고 이제 우리는 作別하여야 한다. 술병이 바람에 쓰러지는 소리를 들으며, 늙은 여류작가의 눈을 바라다 보아야 한다. 燈臺에…… 불이 보이지 않아도 그저 간직한 페시미즘의 未來를 위하여 우리는 처량한 木馬소리를 記憶하여야 한다. 모든 것이 떠나든 죽든 그저 가슴에 남은 희미한 意識을 붙잡고 우리는 버지니아 울프의 서러운 이야기를 들어야 한다. 두 개의 바위 틈을 지나 靑春을 찾는 뱀과 같이 눈을 뜨고 한 잔의 술을 마셔야 한다. 人生은 외롭지도 않고 거저 雜誌의 表紙처럼 通俗하거늘 한탄할 그 무엇이 무서워서 우리는 떠나는 것일까. 목마는 하늘에 있고 방울 소리는 귓전에 철렁거리는데 가을 바람 소리는 내 쓰러진 술병 속에서 목메어 우는데 ...
출처 : 어부림 ( 魚付林 )글쓴이 : 거울 원글보기메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