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아궁이

필부 2008. 2. 17. 11:59
 

내 신체엔 보일러가 없기에 아직 가슴은 온돌이다. 아궁이에 불쏘시게로 불을 지피면 온기가 마음을 덥혀주고 들쑤셨던 냉기를 허연 연기로 품어낸다. 모르는 이는 헐벗은 가슴을 불태운다 하리... 작은 화분 위에 궁둥이를 튼 철쭉들 발등에 영양제 알맹이들을 뿌려주며 봄을 고대한다. 오랜만에 들린 전주에서 단골 한약방에 들려 달포 내내 시달려온 감기를 떨쳐내기 위해 감기약 몇첩을 사온다는 걸 까먹고 화분집에서 화분과 받침 몇개와 철쭉 영양제만 구해왔다. 내 몸 걱정보다 겨우내 추위에 시달리는 꽃나무가 더 안쓰러웠는지 모른다. 아무튼 기분좋게 영양제를 철보다 이르게 선사하며 손가락 사이에 낀 담배가 거추장스럽다. 문득 내 입이 온돌방 아궁이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쉽게 버리지 못하는 습성 탓에 쓸데 없는 습성 하나를 지킨다. 사소하고 손쉬운 것부터 고쳐야 큰 것을 지킬 수 있는 게 삶의 덕목이다. 내 아궁이가 아닌 그 무엇으로 마음을 덥힐 것인가 궁리해야겠다.

출처 : 어부림 ( 魚付林 )
글쓴이 : 거울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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