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더 먼저 더 오래 / 고정희

필부 2008. 1. 10. 09:16

더 먼저 더 오래 / 고정희 더 먼저 기다리고 더 오래 기다리는 사랑은 복이 있나니 저희가 기다리는 고통 중에 사랑의 의미를 터득할 것이요. 더 먼저 달려가고 더 나중까지 서 있는 사랑은 복이 있나니 저희가 서 있는 아픔 중에 사랑의 길을 발견할 것이요. 더 먼저 문 두드리고 더 나중까지 문 닫지 못하는 사랑은 복이 있나니 저희가 문 닫지 못하는 슬픔 중에 사랑의 문을 열게 될것이요. 더 먼저 그리워하고 더 나중까지 그리워 애통하는 사랑은 복이 있나니 저희가 그리워 애통하는 눈물 중에 사랑의 삶을 차지할 것이요. 더 먼저 외롭고 더 나중까지 외로움에 떠는 사랑은 복이 있나니 저희가 외로움의 막막궁상 중에 사랑의 땅을 얻게 될 것이요. 더 먼저 상처받고 더 나중까지 상처를 두려워하지 않는 사랑은 복이 있나니 저희가 상처로 얼싸안는 절망중에 사랑의 나라에 들어갈 것이요. 더 먼저 목마르고 더 나중까지 목 말라 주린 사랑은 복이 있나니 저희가 주리고 목마른 무덤 중에서라도 사랑의 궁전을 짓게 되리라. 그러므로 사랑으로 씨 뿌리고 열매 맺는 사람들아 사랑의 삼보-상처와 눈물과 외로움 가운데서 솟는 사랑의 일곱 가지 무지개 이 세상 끝날까지 그대 이마에 찬란하리라.

출처 : 어부림 ( 魚付林 )
글쓴이 : 거울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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