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궁극적 실재에 대한 불교적 관점과 물리학적 관점 / 김성구 2. 인간 지성(知性)의 한계
궁극적 실재에 대한 불교적 관점과 물리학적 관점 / 김성구 <이대 물리학과 명예교수> 2. 인간 지성(知性)의 한계 인간의 이성에는 근원적으로 이율배반적인 성향이 있다. 실제로 분별지에는 어떤 한계가 있다는 엄밀한 수학적 증명이 있다. 이 증명을 괴델(Kurt F. Goedel, 1906~1978)의 ‘불완전성 정리(不完全性定理, Incompleteness Theorem)’라고 하는데 이 정리를 증명을 하는 것은 쉽지 않지만 정리의 내용을 이해하는 것은 의외로 쉽다. 인간 지성의 결정체가 수학이고 수학에는 모순이 없어야 한다고 사람들은 믿어왔다. 오래 전부터 수학의 체계에는 모순이 없음을 증명하려는 시도가 있었는데 그만 엉뚱한 결과가 나오고 말았다. 괴델이 다음과 같은 두 가지 사실을 밝혀낸 것이다. 수학의 공리체계가 완전하다면, 즉 모순이 없다면, 이 공리 체계 안에는 옳고 그름을 증명할 수 없는 명제가 적어도 하나는 이 공리체계 안에 존재한다. 수학의 공리체계가 완전하다면, 즉 모순이 없다면, 이 공리체계에 아무런 모순이 없다는 사실을 이 공리체계만으로는 증명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이 엉뚱한 결과를 불완전성 정리라고 하는데 처음의 것을 ‘괴델의 제 1 불완전성 정리’ 두 번째 것을 ‘괴델의 제 2 불완전성 정리’라고 부른다. 이들을 풀이하여 설명하자면 “분별지로 시비를 가리려 들면 옳은지 그른지 판별할 수 없는 경우가 반드시 일어난다.”는 것과 “분별지로 판단한 것이 옳다는 것을 확인하려면 더 큰 지혜가 필요하며 이 큰 지혜가 판단한 것도 또 더 큰 지혜가 있어야 하고 이렇게 한없이 큰 지혜가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괴델의 불완전성 정리가 말하는 것은 수학에 어떤 모순이 있다는 애기가 아니다. 이 불완전성정리가 말해 주는 것은 인간의 이성에는 근원적으로 이율배반적인 성향이 있어 어떤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수학으로 수학의 완전성을 증명하려고 하면 반드시 이와 같이 이성의 한계에 부딪치게 된다. 문제가 일어나게 되는 이유는 사물을 기술하는 주체가 자신에 관해 기술했기 때문이다. 주체가 자신에 대해 언급하는 것을 논리학에서는 자기언급(自己言及, Self-Reference)이라고 말하는데 이때는 주체가 객체도 되는 것이다. 주체와 객체가 분리되지 않으면 주체=객체가 되어 즉 주체가 주체이기도 하고 주체 아닌 것, 즉 객체이기도 하여 모순율에 어긋나게 된다. 자기언급에 관한 이해를 돕기 위해 이 정리가 말하는 내용을 관찰자인 사람과 관찰대상인 자연계와 관련하여 설명하겠다. 자연에 객관적인 실재가 있다면 이 객관적인 실재를 기술하는 데에는 어떤 문제도 일어나지 않는다. 그러나 관찰자와 관찰대상이 어떤 방식으로든 연결되어 있다면 관찰자가 자연을 기술하는 것은 자신에 관하여 관찰하고 기술하는 것이 되므로 이율배반적인 일이 일어나고 자연을 관찰하고 기술하는 데에 어떤 근원적인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이 문제에 대해 현대물리학은 명쾌한 답을 내린다. 현대물리학에서는 관찰자의 관찰행위와 독립하여 존재하는 객관적인 실재를 인정하지 않는다.
출처 : 어부림 ( 魚付林 )글쓴이 : 거울 원글보기메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