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교철학의 필요성 / 이병욱 2. 비교철학의 유형과 방법

필부 2007. 7. 24. 13:22
 

비교철학의 필요성 / 이병욱 콘즈와 칼루파하나의 비교 2. 비교철학의 유형과 방법 이 둘을 비교하기 전에 비교의 유형과 방법에 대해 살펴본다. 예를 들어, 남자와 여자를 서로 맺어주는 경우를 생각해 보자. 우선 과거에 서로 학연이나 지연 등이 있거나, 친지를 통해서 서로 간접적으로 알 수 있는 사람들을 이어 주는 경우도 있겠고, 그런 것에 구애되지 않고, 학벌이나 성격, 재산, 원하는 이상형 등이 서로 비슷한 사람들끼리 소개해 주는 경우도 있을 수 있겠다. 또 소개해 주는 사람이 이 남자·이 여자라면 서로 잘 어울리겠다는 판단을 내리고 그것에 근거해서 밀어붙이는 경우도 가능하다. 필자의 경험에 근거하면, 세번째 방법이 서로를 맺어주는 데 가장 가능성이 높았다. 이러한 세 가지 경우를 비교철학에도 적용할 수 있다. 비교철학도 세 가지 관점에서 접근할 수 있다. 첫째, 좁은 의미의 ‘비교’이고, 둘째, 넓은 의미의 비교인 ‘대비’이며, 셋째, 비교연구에서 주체적 관점을 강조하는 ‘대결’이다. 좁은 의미의 비교는 과거에 서로 인연이 있었던 사람을 맺어주는 것과 서로 대응하고, 넓은 의미의 비교인 대비는 서로 간에 유사점이 있으면 만나게 하는 방식과 일치하며, 주체적 관점을 강조하는 대결은 소개하는 사람이 자신의 판단에 근거해서 연결시켜 주는 것과 상응한다. 이 세 가지 유형에 대해 좀더 자세히 살펴보자.1 ) 1) 이후의 내용은 변규룡의 〈비교사상의 가능성과 방법론〉(심재룡 외, 《한국에서 철학하는 자세들》, 집문당, 1989) pp.273∼293의 내용을 정리하고 필자의 견해를 약간 추가한 것임. 첫째, 비교는 교섭이나 영향 관계가 있었거나 그런 사실을 확인할 수 있는 사상을 비교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불교와 성리학의 관계를 비교하거나, 프랑스 계몽주의와 유교사상을 비교하는 것 등이다. 둘째, 대비는 서로 다른 문화권의 사상을 그 유사점을 잡아서 비교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공자와 예수의 비교연구, 불타와 예수의 비교연구 등이 여기에 속한다. 그런데 좁은 의미의 비교는 연구범위를 서로 교섭이 있었던 대상으로 제한하는 단점이 있고, 그에 비해 넓은 의미의 비교인 대비는 너무나 연구범위가 넓다는 약점이 있다. 그리고 대비의 경우 단점이 이것에 그치지 않고 더 있다. 우선, ① 주제선택의 자의성을 들 수 있다. 왜 두 사상만을 비교하는가에 대한 필연적 설명이 요청되는데, 대개 주관적 기준에 근거하는 경우가 많다. ② 결론이 먼저 짐작되는 단점이 있다. 이런 유형의 비교연구는 이미 몇 개의 유사점이 전제되어 있는 경우가 많고, 결국 결론은 그것을 확인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③ 연구자 지식의 한계점이다. 한 사람이 습득할 수 있는 지식의 양은 한계가 있게 마련이다. 올바른 비교연구를 하기 위해서는 전문성이 요구되는데, 한 사람의 연구자가 그 분야 전문가의 비판을 감당할 수 있을 만큼, 두 영역에서 전문성을 기르기는 매우 어려운 일이다. 이런 경우 기껏해야 개괄적인 연구에 지나지 않는 단점이 노출된다. ④ 비교대상이 외국사상일 경우, 번역의 문제에 봉착한다. 엄밀히 말해서 번역은 그 원래의 의미를 왜곡한다고 말할 수밖에 없다. 아주 섬세한 개념정의 등에서 어쩔 수 없는 오해가 동반하게 되어 있다. 따라서 비교연구에는 당연히 왜곡이 수반되어 있고, 이는 엄밀성을 해치게 되는 것이다. 셋째, 대결은 위의 두 가지 단점을 넘어서서, 철학의 근본인 주체적 자각이라는 관점에서 두 사상을 비교하는 것이다. 이는 주체적 자각에 기초해서 두 사상의 구조와 구조를 대결하게 하는 것이다. 이 대결의 배후에는 연구자 자신의 주체적 자각이 관여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대비’의 유형에 속하는 주장을 하는 학자에게 가서, 당신은 어느 유형에 속할 것같냐고 묻는다면, 대부분이 주체적 자각에 기초한 대결에 속한다고 대답할 것이라는 점에 있다. 이것은 ‘대결’이라고 말은 하지만, 그것을 뒷받침해 줄 어떤 객관적인 기준이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앞에서 남자와 여자를 맺어주는 경우를 예로 들었는데, 다시 이 예로 돌아가 보자. 남자와 여자를 소개시켜줄 때 그 사람의 성장배경, 교우관계, 사회생활의 성실성 등을 고려해서 그 사람을 판단하는 것이, 단순히 좋은 직장에 다니고, 명문대학을 다녔다는 사실에 집착해서 보려는 것보다 객관적이라는 것은 누구나 다 인정하는 사실일 것이다. 이것은 비교철학의 방법인 ‘유비적 방법’과도 상응하는 점이 있다. 남녀를 소개시켜 주는 데 그들의 성장배경 등을 고려해서 연결시켜 주는 것이 효과적인 것처럼, 비교철학에서도 단순히 개개의 대상을 비교하는 것이 아니라, 그 사상이 나오게 된 문화권과 문화권을 고려해야 한다. 예컨대, 어떤 개인이 범죄를 저지르는 등의 실수를 했을 때, 그 것을 그 사람의 개인적 잘못으로 돌릴 수도 있겠지만, 그 사람이 그런 실수를 하게 된 사회적 배경을 고려하게 되면, 그 사람을 입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듯이, 철학도 그것이 나오게 된 문화적 배경을 이해하게 되면, 그 이해의 심연은 깊어진다고 할 수 있다. 이런 입장에서 두 사상을 비교하면, 문화권간의 비교가 이루어지고, 비교대상의 사상간의 비교가 이루어져서, 이 둘을 종합할 수 있는 눈이 생기는 것이다. 다만 이런 비교방법은 결국 개연성만을 제시할 수 있을 뿐, 결정적 시각을 제공하는 데는 어려움이 있다는 단점도 엄연히 존재한다. 그래서 ‘유비적 방법’은 전체 맥락을 고려하지 못한 채 주관적인 비교를 하는 것을 막아주는 장점도 있지만, 비교를 통해 무엇을 전하려고 하느냐의 문제에서는 대략의 윤곽을 그릴 수 있을 뿐, 그것을 넘어서서 자기의 목소리를 낼 수는 없다는 단점도 살며시 깔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