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종교란 무엇인가 / 최준식 2. 이른바 종교를 정의하는 문제 2) 종교란 서양의 유일신론에서 파생한 개념
종교란 무엇인가 / 최준식 2. 이른바 종교를 정의하는 문제 2) 종교란 서양의 유일신론에서 파생한 개념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이것은 종교라는 개념이 유일신론을 상정하는 서양의 종교문화에서 파생한 것이기 때문이다. 서양적인 유일신론이라는 것이 어떤 것인가? 물론 재론할 것도 없이 가장 중요한 것은 하나의 신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다음 신과 인간을 철저하게 나눈다. 종교란 바로 이 신에 대한 담론이다. 인간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다. 기독교에서는 특히 신과 인간에 대해 다음과 같이 상반되는 속성이 있는 것으로 묘사하면서 양자를 가른다. 이 도표를 보면 이러한 분석이나 구분에 동의하든 안 하든 기독교에서는 신과 인간을 얼마나 다른 존재로 생각하는지 알 수 있다. 다시 말해 기독교에서는 신의 영역을 인간의 영역과는 완전하게 다른 것(absolutely other)으로 보는 것이다. 종교란 단어는 바로 이런 이분법적인 사고에서 유래한 것이다. 종교의 어원에 대해서는 몇 가지 설이 있다. 가령 기원전 1세기 사람인 키케로(Cicero)는 religion이라는 단어가 라틴어의 ‘religio’에서 나왔는데 이것은 ‘다시 읽는다’라는 뜻이라고 풀었다. 이것은 성전을 반복해서 낭송하는 종교의식에 초점을 두고 한 말로 풀이된다. 그러나 이것보다는 기원후 4세기에 살았던 천주교 신학자 락탄시우스(Lactantius)라는 사람이 내린 해석이 일반적으로 더 선호되는 것 같다. 그에 의하면 종교란 ‘다시 묶는다’라는 뜻이다. 무엇을 다시 묶는다는 뜻일까? 원래 하나였다 떨어진 신과 인간을 다시 묶는다는 뜻이다. 그러니까 종교란 이렇게 유신론적인 신앙에서 파생된 개념인 것을 알 수 있다. 이런 확실한 유신론적인 전통이 없는 동북아시아에서 종교란 단어가 존재하지 않았던 것은 당연한 일이다. 동북아시아에 이런 종교 개념이 없을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계속된다. 유대교와 같은 유일신교에서 신은 자연을 절대적으로 초월해서 있어야 한다. 그런데 이것은 ‘도가 만물에 있다’느니 ‘모든 것이 한울님’이라느니 ‘모든 중생이 불성을 가졌다’느니 하는 ‘만물은 절대적 실재(ultimate reality)의 현현(manifestation)’이라고 주장하는 동양의 대부분의 종교와는 상반되는 입장이다. 그리고 유일신교에서는 절대적인 하나의 신에 대한 충실한 믿음을 강조하기 때문에 종교에 대한 엄격한 정의가 필요하고 그 까닭에 종교는 자연스럽게 배타적이 된다. 아울러 서양에서 종교라는 뚜렷한 개념이 생기게 되는 또 하나의 요인이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 근세에 와서 서양에서는 종교가 세속과 더 강하게 분별되는 경험을 겪게 된다. 바로 계몽주의 사상가들이나 사회과학적인 입장을 띤 사상가들이 그 주인공으로서 이 사람들은 종교를 초자연적인 영역에 속한 것으로 보고 가능한 한 명확하고 철저하게 인간세계가 포함된 자연세계와 구분하려 했다. 특히 계몽주의와 더불어 세속적인 세계관이 강하게 대두되면서 종교를 일상적인 세계와 구분하려는 노력은 더 눈에 잘 띄었다. 위와 같은 이론적인 면 외에도 실제적인 면에서 유신론적인 종교는 동양(혹은 동북아) 종교와 매우 다르다. 특히 유대-기독교 전통이 그렇겠지만 유신론적인 전통에서는 신자들이 일요일(혹은 그에 버금가는 주일)에는 반드시 교회를 가야 한다. 교회도 아무데나 가는 것이 아니라 자기가 소속된 교회가 있어 그 교회에만 가야 한다. 그 교회의 교적에 자신의 이름이 올라가 있기 때문이다. 또 그 교회에는 사제가 반드시 주석하고 있으면서 신과의 연결고리 역할을 하고 있어야 한다. 그런데 이런 실정과 비교해보면 우리가 속해 있는 동북아시아의 종교적 환경은 매우 다른 것을 알 수 있다. 동북아시아인에게 유불선은 일상과 떨어진 초자연적이거나 영적이거나 하는 초일상의 이야기들이 아니다. 유불선은 그저 사람이 살아가는 길 혹은 사람을 사람으로 만들어주는 가르침 정도로만 이해되었다. ‘세속이다’ ‘초세속이다’라는 구분이 미약했던 것이다. 종교 공동체라는 개념도 아주 느슨했다. 불교를 신봉한다 해도 나는 불교 신자라고 말하지도 않을 뿐더러 교적을 올려놓고 나가는 절도 없다. 또 절이라고 해도 지정된 사제가 있어 신자들을 돌보는 것도 아니다. 승려는 엄밀히 말하면 사제가 아니다. 사제처럼 하늘과 땅, 혹은 신과 인간을 연결해주는 그런 존재가 아니다. 그저 수도자일 뿐이다(그렇다고 사제 역할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출처 : 어부림 ( 魚付林 )글쓴이 : 거울 원글보기메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