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사체험(近死體驗)이란 무엇인가? / 최준식. 나가면서

필부 2007. 1. 9. 10:44
 

근사체험(近死體驗)이란 무엇인가? / 최준식 나가면서 이 글의 맨 앞에서 이야기한 것이지만 인류는 근사체험에 대한 연구가 가능해지면서 역사상 처음으로 자신의 죽음을 정면으로 대면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 연구는 인류가 자신을 이해하는 데에 새로운 계기를 마련해주었다. 불교를 포함한 세계종교들이 늘 주장하던 높은 덕목들의 당위성을 이제야 깨닫게 된 것이다. 사실 불교에서 다른 사람을 진정한 자비의 마음으로 대해야 한다고 가르칠 때 대부분의 우리들은 왜 그렇게 살아야 하는지 확실한 이유를 댈 수가 없었다. 그러나 근사체험을 통해 보면 우리는 이미 절대적인 사랑을 받고 있기 때문에 그렇게 사는 것이 당연한 결과가 될 수 있다. 근사체험자들은 이러한 사실을 체험 동안 빛의 존재와 만날 때 절실하게 깨닫게 된다. 링은 이것을 이렇게 정리했다.. 거기에는 (빛으로부터) 어떤 비난도 없다--당신은 심판 받지 않는다. 당신은 당신을 무조건적으로 사랑하는 존재와 함께 있다. 당신은 완전한 자비심으로 대해진다. 당신은 이미 용서받았다. 당신은 그저 (빛과 함께 삶을 회고하면서) 당신의 삶을 바라보고 이해만 하면 된다. 다소 기독교적인 설명이지만 그 뜻은 충분히 드러났을 것으로 생각된다. 이런 의미에서 보면 종교는 죽음학의 입장에서 조망할 때에 그 의의와 가치가 제대로 드러날 것이라는 추측도 가능해진다. 실제로 인간이 죽지 않는다면 종교는 생겨나지 않았을 것이라는 사실을 생각해 볼 때 죽음과 종교의 관계는 서로 뗄래야 뗄 수가 없는 관계가 아닐 수 없다. 이렇게 해서 근사체험에 대해 주마간산격으로 보았는데 역시 아쉬운 것이 많이 남는다. 우선 드는 아쉬움은 너무 서양, 그것도 미국학자들의 연구에 의존하지 않았는가 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것은 어쩔 수 없는 것이 이 분야에 관한 한 미국학자들의 연구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기 때문이다. 한국의 경우는 근사체험 혹은 죽음에 대한 연구가 거의 없는 지경이라 인용을 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었다. 그 다음에 아쉬운 것은 불교적 관점에서 이 근사체험을 어떻게 해석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 쓰지 못한 것이다. 불교에서는 죽음에 대해 많은 문헌들이 이야기하고 있지만 죽음을 가장 직접적으로 언급하고 있는 문헌은 뭐니 뭐니 해도 티베트의 “사자의 서”가 아닐 수 없다. 이 책의 입장에서 근사체험을 조망하는 일은 매우 의미있을 것으로 생각되나 필자의 역량이 되지 않아 포함시킬 수가 없었다. 다만 근사체험이라는 것은 죽음 문턱을 건너갔다 온 아주 잠깐의 시간을 대상으로 했다면 ‘사자의 서’는 그것을 훨씬 넘어서 저승 깊은 곳까지의 세계에 대해서 언급했다는 정도로만 이야기할 수 있을 뿐이다. 불교 교리와 근사체험의 연관 관계에 대한 연구는 앞으로 좋은 연구 거리가 될 터이니 숙제로 남기고 이 작은 글을 마치기로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