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틈, 사이
틈, 사이 / 복효근 잘 빚어진 찻잔을 들여다본다 수없이 실금이 가 있다 마르면서 굳어지면서 스스로 제 살을 조금씩 벌려 그 사이에 뜨거운 불김을 불어넣었으리라 얽히고설킨 그 틈 사이에 바람이 드나들고 비로소 찻잔은 그 숨결로 살아 있어 그 틈, 사이들이 실뿌리처럼 찻잔의 형상을 붙잡고 있는 게다 틈 사이가 고울수록 깨어져도 찻잔은 날을 세우지 않는다 생겨나면서 미리 제 몸에 새겨놓은 돌아갈 길, 그 보이지 않는 작은 틈, 사이가 찻물을 새지 않게 한단다 잘 지어진 콘크리트 건물 벽도 양생되면서 제 몸에 수 없는 실핏줄을 긋는다 그 미세한 틈, 사이가 차가운 눈바람과 비를 막아준다고 한다 진동과 충격을 견디는 힘이 거기서 나온단다 끊임없이 서로의 중심에 다가서지만 벌어진 틈, 사이 때문에 가슴 태우던 그대와 나 그 틈, 사이까지가 하나였음을 알겠구나 하나 되어 깊어진다는 것은 수많은 실금의 틈, 사이를 허용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네 노여움의 불길과 내 슬픔의 눈물이 스며들 수 있게 서로의 속살에 실뿌리 깊숙이 내리는 것인지도 모를 일이다 인간이란 외로운 존재이다. 생각이라는 이성적 사고력을 가지면서 고독을 씹기 시작했는지 모른다. 에덴에서 선악과를 따 먹으므로 얻게된 사고기능은 판단과 추리를 가능케 하여 혼자만이 살 수 없는 사회적 동물로 변화시켰다는 이야기이다. 오욕칠정은 인연들을 숱하게 거미줄처럼 자신의 육신과 정신을 뒤엉켜 휘감고 있다. 그 어느 곳, 그 무엇과도 무관한 게 하나도 없이 잡다하게 이해관계를 형성한다. 그렇다 보니 모든 게 필요하고, 달리 생각하면 모든 게 귀찮은 존재들이다. 그렇다고 이 세상 모든 것, 아니 주변에 그 무엇들과의 화해 속에서만 존립할 수 있는가. 대단이 난해하고 난망하기만 한 일이다. 이것이 인생인지 모른다. 부단이 갈구하며 추구하고 소통과 공유를 지향한다. 허나 어떠하던가. 항상 허공에 뿌리는 한숨처럼 공허하지 않던가. 그 누가 있어 교감하고 허락을 가진다면 짐을 덜어낼 수 있지 않겠는가 하는 기대를 가져본다. 마음과 마음이 겹쳐지는 일이란 언어라는 통각기능에 의존해야 한다. 적어도 우리는 그렇게 습성화 되어있다. 그러나 언어란 얼마나 허술한 것이던가. 마음을 온전히 담기엔 그릇이 너무 작고 구멍이 많다. 올곧게 담았다고 받아주는 마음에 따라 달라지기도 부지기수이다. 어떻게 나를 그에게 제대로 건네 줄 수 있을까. 아니, 그를 제대로 인식할 지혜가 내게 있기나 한 것일까. 모를 일이다. 그러나 한마디를 덧붙인다면 외로운 사람은 누구를 만나거나 홀로 있거나 외롭기는 마찬가지다. 틈을 메꾸어 줄 게 아무것도 없다는 사실에서 외로움은 더욱 짙어진다. 감사하는 사랑이 있다면 가능할지 모르겠다. 그 외로움을 당연한 걸로 포용하고 사랑하므로 덜어내게 되는 것인지 모른다. ㅎㅎㅎㅎㅎㅎㅎ 그냥님의 글을 읽다 뭘 써 보려 한 것이 두서없는 넋두리가 되었습니다. 그냥님. 그냥님 자신이 바로 고대하는 그 누구로 가장 좋은 적임자 같습니다. 그도 외적인 나이고 나 또한 나 아닌 또 다른 그일테니까요. 요즘 제 입버릇이 감사하고 배려하므로 평화가 충만할 것이라는 것입니다. 자신에게 감사하고, 그 누구에게 감사하고 하늘에게, 바람, 별, 흐르는 강물에게.... 틈과 사이를 메꿔줄 것이라고는 마음의 평화라는 사랑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