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좋아하는 것을 좋아하며 살 수 있어 좋아요
좋아하는 것을 좋아하며 살 수 있어 좋아요 창 넘어 흐르는 실개천이 있어 좋고요. 초록바다가 되어 출렁이는 들이 있어 좋고요. 한 폭의 그림이 되어 펼쳐진 둘레에 내가 있어 좋고요. 모여 사는 사람살이가 정겨워서 좋아요. 나이가 들면서 잊지 못할 사연이 추억으로 다가와서 좋고요. 가슴 허전해 하며 잠 못 이루는 밤이 있어 좋고요. 슬프도록 순수해지면 시인이 되는 내가 좋고요. 누군가에게 다가가서 다정한 귀엣말이라도 하고 싶은 갈망이 있어 좋아요. 인간의 당위명제로 마음 아파할 때가 있어 좋고요. 세상살이에 혼란이 올 때 가치관을 생각할 수가 있어 좋고요. 인간으로, 인간답게 살고자하여 신에게 기대어 볼 수가 있어 좋고요. 흙으로 돌아갈 육신을 위해 공원묘원 한켠을 준비해 둔 게 안심이 되어 좋아요. 피안으로, 피안으로 향하는 갈구가 있어 좋고요. 작은 것이지만 나눔으로 살고자하는 마음이 있어 좋고요. 공동체의 일원으로 보탬이 되는 나이기를 기원하는 기도가 있어 좋고요. 더불어 웃고 살도록 작은 위안이라도 준비할 여유가 있어 좋아요. 또한 그렇지요. 다 채워지지 않는 내가 모를 마음 가난이 있어 좋고요. 모발에 하얀 눈이 쌓이는데 누군가를 그리워하는 사모가 있어 좋고요. 무엇보다도 좋아하는 것을 좋아하며 살 수 있어 좋아요. 쌓아둔 노트를 넘기다 다시 이 글 앞에 머뭅니다. 내가 쓴 낙서 중 가장 맘에 드는 것입니다. 처음 인터넷에 접하게 되었을 때 어느 여인이 물은 말에 답변입니다. 뭘 좋아 하느냐고...... 무슨 재미로 사느냐 물어서 이래저래 좋아하며 산다는 대답이었죠. 거듭 생각하는 것이지만 사람살이란 존재의 확인이다는 생각을 합니다. 가치란 그것을 확신해 줄 때 정확해 지는 법이죠. 둘레에서 나를 찾을 게 아니라 나를 먼저 그려넣고 주변 색칠을 해야 한다는 것. 뭐 그런 이야기겠죠. 말문이 터져 목젖까지 드러내 보일 수 있을 때가 금방 오겠죠. 그런 날, 우리 커피 한 잔 해요. 좋으시죠? 몇번 올린 글이죠. 즉 별로 볼 것 없는 낙서들을 재탕 삼탕으로 울겨먹는 식이죠. 사실 글재주가 비천하고 시간 또한 여의치 못해서 그러기도 하지만 새삼 다시 읽고 싶어 올리곤 합니다. 감정의 변화의 확인이랄까, 추억밟기인지 모르겠습니다. 아무튼 마음은 그 때나 지금이나 한결 같은 것 같습니다. 그래서 철이 덜 든 셈이죠. 오늘 모처럼 산문 한 편을 글방에 올리며 내 인생을 추수려 보았습니다. 위 낙서를 쓸 무렵, 덤덤하게 살다 이 땅을 하직할 요량이었거든요. 그저 흙으로 돌아가는 것으로 의미로 할 작정이었습니다. 헌데 나는 나를 그대로 간수하지 못하였고.... 오늘 그 곳을 떠나 광주광역시에서 궁둥이 붙여 지내게 되었습니다. 이 곳에서 마무리를 할 계획이지요. 준비했던 공원묘원이 그 근처이니 망자로 굽어보게 되겠지요. 아무튼 가을인가 봅니다. 좋아하는 것을 좋아하며 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내가 좋아하는 글이고 노래입니다.